[IB토마토](상법개정 파장)①자사주 방패 사라진다…오너 지배력 시험대

10일 국무회의 의결 앞둔 3차 상법 개정안
자사주 활용 경영권 방어 사실상 차단
지분 맞교환도 한계…주주 지지 확보 관건

입력 : 2026-03-09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6년 03월 5일 17:4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월25일 오랜 논의 끝에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권 교체 이후 추진돼 온 상법 개정 작업이 일단락된 셈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이 금융투자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 이후 시장에 나타날 기회와 위험 요인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IB토마토>는 1차부터 3차까지 이어진 상법 개정의 핵심 쟁점과 한계를 짚어보고, 입법 이후 예상되는 금융산업 전반의 변화 방향을 점검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제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오는 10일 국무회의 의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기업들은 신규 자사주는 물론 기존 보유 자사주도 1년6개월 내 소각해야 한다. 자사주는 그간 국내 기업에 있어 경영권 방어의 주요 수단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이 강제되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편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상법개정 마침표 '자사주 소각 의무화'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일 국무회의에서 제 3차 상법 개정안이 의결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월25일 3차 상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됐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3차 상법 개정안은 기업이 자사주 취득 시 1년 이내 소각해야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외 기보유 자사주에 대해서도 법 시행 이후 1년6개월 이내 소각 의무가 부과되며 기존 자사주 처분을 위한 단계적 소각 계획 수립도 의무화된다.
 
개정안 입법이 마무리되면서 시장의 화두로 국내 주요 기업의 자사주 처리 문제가 떠올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주요 지주사의 보유 자사주 비율은 롯데지주 27.5%, SK(003600) 24.8%, 두산(000150) 17.9%, KCC(002380) 17.2% 순이다.
 
한국기업평가(034950)는 3차 상법 개정 관련 보고서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 강화가 기업 재무 전략 유연성 악화를 야기할 것으로 진단했다. 앞서 국내 기업들은 보유 자사주를 기반으로 교화사채(EB) 발행 등 자사주를 재무 운영에서 활용해왔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된다면 기업의 지배구조 전략부터 자금조달 운영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SK그룹과 헤지펀드 소버린 사이의 경영권 분쟁에서 SK그룹은 자사주를 활용해 경영권 방어에 나선 바 있다. 당시 SK그룹은 지분 14.99%를 매입해 2대 주주가 된 소버린에 맞서 보유 자사주 10.41% 중 약 4.6%를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등 우호 세력에 넘겨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자사주 활용 지배력 전략, 개정 이후 '기로'
 
정권 교체 이후 지난해 7월과 8월에 걸쳐 빠르게 입법과 시행이 이뤄진 1차, 2차 개정안과 달리 3차 개정안은 재계 우려로 논의가 오래 진행됐다. 자사주가 현재 기업 운영에 있어 가지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고 배당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는 지주사가 보유한 자사주가 지배구조 설계에 활용될 수 있었고 실제 오너의 지배력 강화 기반으로 작용해 왔다.
 
결과적으로 이번 3차 상법 개정안 입법으로 국내 주요 그룹사에서 오너 지배력은 시험대에 올랐다. 이에 시장에서는 지배력 유지를 위한 후속 조치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진=연합뉴스)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은 17.9% 수준이다. 오너 일가와 국민연금을 비롯한 우호 지분을 모두 합쳐도 33.53%에 불과하다. 현재로서는 최 회장에 대한 주주 신뢰가 유지되고 있지만, 향후 승계 과정에서의 지분 희석이나 최 회장의 이혼 소송 결과에 따라 지배력은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롯데그룹의 경우 자사주를 제외하고 오너 일가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지분은 49.44%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신동빈 회장이 보유한 13.04%와 직계 혈족인 신유열 부사장 보유 지분 0.03%를 제외하면 상당수가 일본롯데가 대주주인 회사가 보유한 지분이다.

 
일본롯데의 사실상 지주사는 광윤사다. 광윤사는 지난 2015년부터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갈등을 이어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지분 50%를 보유한 대주주다.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 분쟁 이후 롯데지주 출범으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3차 상법 개정으로 롯데의 지배구조는 재설계를 요구받는 상황에 놓였다.
 
지분 맞교환도 한계…결국 '주주 지지'
 

제3차 상법 개정 이후 재계에서는 우호 그룹사 간 지분 맞교환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대표적으로 현대차(005380)그룹과 KT(030200)가 서로 보유한 자사주 맞교환한 바 있으며, NAVER와 CJ대한통운(000120)도 같은 방식으로 자사주를 정리했다.

 

하지만 자기주식 처분 계획은 주주총회를 통과해야 한다. 신기술 도입 등 전략적 목적을 내세우는 한편 배당 확대 등 유인책을 통해 주주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 앞서 통과된 주주 충실 의무 강화 규정까지 감안하면 이러한 조치가 오히려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 도입 필요성이 거론된다. 포이즌필이란 경영권 공격을 받을 경우 기존 주주에게 싼값에 신주를 발행하는 제도다. 하지만 현재 포이즌필 도입은 법안 구성 단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어 사실상 도입이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결과적으로 지주사의 배당 증액을 통한 지배력 확대만이 가장 정석적인 해결 방법으로 여겨진다. 배당 이득을 통한 주주지지 확보가 현재로선 유일한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B토마토>에 "상법 개정으로 그간 경영권 방어로서 쓰인 자사주 활용이 사실상 막힌 상황이 됐다"라며 "이에 따라 안정적인 사업 이익 확보와 배당 이익 증가를 통한 주주 지지 확보가 현 제도상 이뤄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경영권 방어의 수단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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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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