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코스피 5000 너머에는

입력 : 2026-01-19 오후 4:32:28
최근 한 조사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NH투자증권이 지난해 국내 및 해외 주식 리테일 고객의 수익률을 분석한 자료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코스피가 급등하며 국내 주식 수익률이 해외 주식을 앞질렀다는 사실이다. 흥미로운 점은 세대별 수치였다.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세대는 뜻밖에도 '19세 미만'이었다. 이들은 국내와 해외 주식에서 각각 45.65%, 13.26%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10대가 직접 주식을 매매했을 가능성은 낮다. 아마도 부모가 자녀의 계좌에 대형 우량주를 사준 뒤 가만히 '묻어두었을' 가능성이 크다. 잦은 매매 대신 기업의 성장을 믿고 기다린 '장기투자'가 결국 최고의 수익률로 보답한 셈이다. 이는 주식투자에 있어 탁월한 기교보다 중요한 것이 인내와 시간임을 방증한다.
 
이제 코스피 5000 달성이 눈앞에 다가왔다. 새해 들어 1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코스피는 19일에도 강세를 보이며 5000선까지 불과 100포인트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을 내걸며 5000 시대를 약속했을 때만 해도, 시장에는 비아냥 섞인 조롱이 많았다. 하지만 1년 전 2500 선을 횡보하던 지수는 '불가능'에서 '가능'이 됐다.
 
이제 숫자라는 '양적 팽창'을 넘어, 투자자들이 믿고 장기적으로 자본을 맡길 수 있는 '질적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 거침없는 상승세의 이면에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단행된 상법 개정이 있었다. 여기에 오는 21일 논의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까지 국회 문턱을 넘는다면, 한국 증시의 고질적 병폐였던 거버넌스(지배구조) 이슈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의무공개매수제는 소액주주에게 어떤 실질적 이득을 줄까. 우선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되던 자사주가 사라지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 가치가 높아진다. 이는 배당금 증액 효과로 이어진다. 또한 의무공개매수제가 강화되면 기업의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하며 유리한 조건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안전한 탈출구'를 갖게 된다.
 
결국 이사가, 회사는 물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충실히 복무하고, 기업이 자사주 소각을 통해 실질 가치를 높이는 시장. 물적 분할 후 재상장 같은 편법이 차단되고 소액주주가 소외되지 않는 시장. 이것이 바로 정부가 추진하는 '머니무브'의 시작점이자 지향점일 것이다. 단순히 돈의 위치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투기적 매매에 지친 투자자들이 기업의 파트너로서 동행할 수 있는 '건강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코스피 5000 너머의 세상은 부동산에 묶여 있던 자금이 기업의 혁신 동력으로 흐르고, 그 결실이 국민의 건강한 노후 자산으로 되돌아오는 선순환의 시대여야 한다. 단순한 지수의 고점을 경신하는 것을 넘어, 누구나 안심하고 장기투자할 수 있는 '신뢰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그것이 5000 시대가 주는 진짜 숙제다.
 
이보라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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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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