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남윤서 기자] 코스피 5000이라는 역사적인 고지를 밟았지만 시장의 관심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지속성에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 랠리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특정 대형주 중심의 이른바 '편식 장세'였다는 점에서 지수 상승의 온기가 시장 전체로 퍼져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5000 시대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으려면 특정 종목으로의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과제라고 분석했습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장중 5000선을 넘어 출범 46년 만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지난해 6월 3000선을 회복한 데 이어 10월 4000선을 돌파했고 불과 수개월 만에 또 하나의 고지를 넘어섰습니다. 다만 지수 급등과 함께 시장 구조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상승장은 반도체 대형주와 일부 미래산업 종목이 지수를 끌어올린 전형적인 쏠림 장세 성격이 강했습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주, 로봇·AI 관련 종목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지만 다수 종목의 체감 회복은 제한적이었습니다.
대형주 쏠림 현상은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대형주 중심 장세가 지속되면서 올해 들어 코스피 상승률(+16.7%)을 웃돈 종목은 81개 기업에 그쳤습니다. 전체 상장사 가운데 약 90%는 지수 수익률을 하회하며, 지수와 개별 종목 간 괴리가 뚜렷하게 벌어진 상황입니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투자자 사이에서는 '지수는 오르는데 내 종목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상승을 이끈 종목이 제한적인 만큼 주도주 흐름이 꺾일 경우 시장 전체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겉으로는 큰 성과처럼 보이지만 자본시장 전반에 걸친 성장은 아니다"라며 "특정 종목에 집중된 결과라는 점에서 이것이 과연 '진정한 도달'인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도체와 일부 로봇 관련 대형주가 상승을 주도한 상황에서 시장이 고루, 탄탄하게 구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상승 속도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몇 개 몸집 큰 주도주가 끌고 간 시장이다 보니 급속도로 올라간 부분은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실제로 개선되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지수가 단기간에 빠르게 높아진 만큼 이를 뒷받침할 경제의 기초 체력이 충분한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요구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지수 상승이 일부 종목의 랠리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인 흐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투자 환경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몇 개 종목에 의해 시장이 크게 좌우되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체 투자자의 0.4%가 주식의 60%를 보유한 상황에서 소수 투자자의 매집만으로도 주가가 급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엄벌과 공시 정확성 강화, 시장 제도 전반의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 역시 "이제는 공정 시장 구축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주가조작 근절과 부실 상장사 퇴출 기준 정비 없이는 코스피 5000이 일시적 기록에 그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책 측면에서도 후속 제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여당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의 조속한 추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기형 의원은 "당과 청와대가 자본시장 기초 체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혁을 지속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며 "3차 상법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좀비 기업이나 장기간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들에 대한 상장 폐지를 강화하겠다"며 "지수 상승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시장의 질적 개선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사진=뉴시스)
김주하·남윤서 기자 juha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