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에서 5000까지 단 세 달…속도도 남달랐다

윤석열정부 내내 2200~2700선 박스권…정치·정책 불확실성에 눌린 증시
이재명정부 출범 뒤 정책 신뢰 회복…3000·4000선 연쇄 복원
정책 신뢰 회복에 외국인 귀환…'코리아 디스카운트' 균열의 시작
AI 투자 확대와 반도체 실적 기대…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지수 견인

입력 : 2026-01-22 오후 5:13:38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장중 5000선을 돌파했습니다. 지난해 10월 4000선을 넘어선 지 불과 3개월 만으로, 46년 코스피 역사상 가장 빠른 상승 속도입니다. 윤석열정부 말기 2200선까지 밀렸던 지수는 정권교체 이후 정책 신뢰 회복과 반도체·인공지능(AI) 호황이 맞물리며 단기간에 2000포인트 이상 점프했습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7.13포인트(1.57%) 오른 4987.06으로 출발한 뒤 장 초반 5000선을 넘어섰습니다. 오전 9시6분 5004.01포인트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했고 장중 한때는 5019.54포인트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번 기록의 가장 큰 특징은 상승 속도입니다. 코스피는 지난해 10월27일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한 이후 불과 약 3개월 만에 5000선에 도달했습니다. 수십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고점을 높여왔던 과거와 달리 단 한 분기 만에 1000포인트가 상승하는 이례적인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올해 들어 상승세는 더욱 가팔랐습니다. 코스피는 1월2일 4224.53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1월5일 4400선을 회복했고, 6일 4500선, 12일 4600선, 14일 4700선, 16일 4800선, 19일 4900선을 차례로 돌파했습니다. 이달 들어서만 800포인트 이상 상승하며 지수 지형을 단기간에 바꿨습니다.
 
이 같은 급등 흐름과 달리 윤석열정부 기간 동안 코스피는 뚜렷한 상승 국면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2022년 출범 당시 2700선 안팎에서 출발한 지수는 글로벌 금리 급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환율 불안이 겹치며 하락 국면에 진입했고 같은 해 하반기에는 2200선 아래까지 밀리기도 했습니다.
 
2023년 들어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가 부각됐지만 미국 기준금리 고점 논쟁과 경기 둔화 우려가 반복되며 상승 탄력은 제한됐습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기업 밸류업 정책을 제시했으나 제도 변화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증시는 장기간 박스권에 머물렀습니다.
 
2024년에는 정치 리스크가 증시를 다시 짓눌렀습니다. 2024년 12월3일 불법 비상계엄 여파로 국정 공백이 발생했고 코스피는 연말 종가 기준 2399.49로 한 해를 마감했습니다. 이후 윤석열씨 탄핵(4월4일)과 미국의 25% 상호관세 부과(4월5일)가 이어지며 시장 불안이 확대됐고 4월9일에는 장중 2284.72까지 하락하며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2024년 12월6일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시 리포트를 통해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정치 불안에 따른 개인투자자 매도세가 확대됐고, 이로 인해 코스피가 장중 낙폭을 키우는 흐름이 반복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흐름이 바뀐 것은 정권교체 이후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국면에서 '코스피 5000 시대'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며 불공정거래 근절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주주가치 제고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투자심리는 빠르게 회복됐습니다.
 
이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해 6월4일 코스피는 2770.84까지 상승했고 같은 달 20일에는 3021.84로 마감하며 3년 6개월 만에 3000선을 회복했습니다. 이후 상법 개정과 주주환원 정책이 본격화되며 증시 체질 개선이 가시화됐습니다. 하반기 들어 관세 리스크 완화와 정책 기대가 맞물리며 상승세는 더욱 강화됐습니다. 코스피는 지난해 10월27일 4042.83에 마감하며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했고, 이틀 뒤인 10월29일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며 랠리에 힘이 실렸습니다.
 
정책이 4000선을 만들었다면 5000선을 끌어올린 것은 산업의 힘이었습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반도체 수요 회복 기대가 본격화되며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를 중심으로 대형주 강세가 이어졌습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가 실적 전망 상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입니다.
 
그 결과 코스피는 지난해 4월 장중 2284.72까지 추락했던 저점에서 불과 9개월 만에 두 배 이상 상승해 5000선을 돌파하는 이례적인 반전을 완성했습니다. 4000선 돌파 이후 5000선까지는 채 3개월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6년 연초부터 코스피는 급등 랠리를 전개하고 있으며 외국인 수급과 기업 이익 모멘텀의 조합이 상승장의 근본 배경"이라며 "과거 이익 성장이 뒷받침됐던 강세장처럼 주가수익비율(PER) 12배 수준의 리레이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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