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정부가 올해 1월 중 승인을 목표로 했던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 ‘대산 1호 프로젝트’ 사업 재편안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이 표류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이 프로젝트가 향후 구조조정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가이드라인 확정이 지연되며 후속 논의도 늦어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기업 간 이해관계가 여전히 조율되지 않은 데다, 최근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심사 결과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아직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당초 업계는 1월 중 심사와 함께 채권단 금융지원 방안까지 최종 승인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일정은 이미 2월로 넘어간 상태입니다. 심사 결과가 지연되면서, 채권단의 금융지원 방안 윤곽도 설 연휴 이후에야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롯데케미칼은 업계 1호로 사업 재편안을 제출했습니다. 충남 서산 대산 공장을 물적분할한 뒤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해, 에틸렌 110만톤(t) 규모의 중복 설비를 조정하는 내용입니다.
업계는 정부가 제시한 ‘대산 1호 프로젝트’가 향후 구조조정의 기준이 될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해왔습니다.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금융·세제·규제 완화 등 추가 지원 요건도 기업별로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심사가 지연되면서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역시 함께 늦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을 제외한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 재편 계획안은 모두 초안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조조정 논의 지연 배경으로는 기업 간 이해관계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힙니다. 지금까지도 ‘2호 빅딜’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실제로 여수산단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채권단 자율협의회 소집 일정도 잡히지 않았고, 울산 역시 규모 문제로 구조조정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12월 나왔던 여천NCC의 공장 통폐합 논의도 현재는 소강 상태입니다.
지난해 12월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챔버라운지에서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CEO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여기에 지난달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조치까지 더해지며, 국제 통상 환경 불확실성이 구조조정 논의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산업 특성상, 통상 환경 변화 대응이 최우선 과제로, 이 같은 상황이 구조 개편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업들이 초안을 제출했지만, 기업 간 이해관계로 여전히 구체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라며 “정부 가이드라인이 조속히 나오지 않으면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관세 인상 압박으로 통상 대응이 우선 과제가 되면서, 관련 논의가 다소 밀린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업계는 관련 심의 결과와 더불어 이에 따른 금융지원 방안 윤곽도 설 연휴 이후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해당 금융지원 방안은 늦어도 2월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설날 연휴 이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정부 측도 현재 사안이 실무진 단계에서 논의 중이며, 지금도 꾸준히 기업들과 협의를 이어가며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시기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가급적 빨리 처리하기 위해 기업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라며 “현재 실무진 단계에서 처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