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WDS) 2026'에 참가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시장을 살펴본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한국방위산업진흥회)
[리야드=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국방부 공동취재단] 한국 방산 기업 39곳이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중동 최대 방산 시장에 깃발을 꽂기 위한 '연합작전'을 개시했습니다.
주요 방산 대기업과 중견·중소 기업은 8일(현지시간) 개막한 2026 국제방산전시회(WDS)에서 원팀을 꾸려 대대적인 지상·해상·공중 무기체계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인 사우디에 K방산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함께 만든 통합한국관에도 '작지만 강한' 방산장비 기업들의 홍보 부스들이 자리 잡았습니다. 중견·중소기업들도 '전초기지'처럼 대기업 전시관 주위에 홍보 부스를 차린 광경은 마치 대규모 합동부대의 군영(軍營)을 보는 듯했습니다.
한국 방산 기업들은 '비전 2030' 정책에 따라 5년 안에 국방 지출의 50% 이상을 '현지화'하려는 목표를 세운 사우디에 적극 호응하는 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전시관에 'K방산 대표선수'인 K9A1 자주포 실물 크기 모형을 배치해 위용을 자랑했습니다. 드론·로켓 등 다변화된 저고도 위협에 대응하는 지상무기의 '눈' 역할을 하는 다목적레이다(MMR)도 이번 WDS에서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K-해양방산의 주역들도 전력투구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화오션은 WDS에서 사우디가 주목하는 3600톤급 디젤 잠수함 장보고-Ⅲ를 적극 홍보하고 나섰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WDS에서 신형 호위함 5척을 도입하려는 사우디의 요구 조건에 맞춘 6000톤급 함정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HD현대중은 호위함을 단계별로 현지 생산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지난 2024년 사우디에 천궁-Ⅱ(중거리지대공미사일)를 수출했던 LIG넥스원은 WDS에서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 △장사정포요격체계(LAMD) △신궁(휴대용 지대공미사일) 다층 대공방어체계를 내놨습니다. 특히 이날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 국방부 장관도 LIG넥스원 전시관을 방문해 한국산 통합대공망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KAI는 올해 양산을 앞둔 한국형 4.5세대 전투기 KF-21(보라매)이 사우디 공군 현대화의 적임자임을 부각시켰습니다. 또 KF-21과 전투기협업다목적무인항공기(SUCA) 4기 편대가 연계된 유무인 복합체계의 미래상도 제시했습니다. KAI 관계자는 "KF-21은 4차 산업혁명 시기 이후 (서방 진영에서 개발된) 유일한 항공기"라며 "경쟁기들에 비해 확장성이 뛰어나고 5세대로의 발전이 자유롭다"고 강조했습니다.
현대로템 전시관에는 샤완 마즈하르 알리 라완두지 이라크 국방부 2차관이 방문해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등 K2 전차에 관한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이라크가 작년 11월 총선 이후 내각을 구성하고 있는데, 내각이 꾸려지면 (수주와 관련한) 진전이 있을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보였습니다.
이날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육군대장 출신인 강신철 신임 주사우디대사와 함께 WDS 전시장을 방문해 한국 방산기업 전시관들을 둘러봤습니다. 안 장관은 LIG넥스원 전시관에서는 "앞으로도 대한민국 미사일 방어체계가 사우디 방공망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주면 고맙겠다"며 격려했습니다. KAI 전시관에서는 "보라매(KF-21) 사업은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여기에 종사하는 분들이 주인의식을 가지는 것이 선도국가로 들어가느냐 마느냐의 관문"이라며 향후 KF-21의 양산과 전력화, 수출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안 장관은 이번 WDS에서 한국의 대·중소 방산 기업이 협력해 시너지를 내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방산업계에서) 상생발전이 활성화돼 대기업 못지않게 중소기업도 발전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역점을 둘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번 WDS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현대전장의 '가성비' 게임체인저로 자리매김한 '드론'이 중요한 화두가 됐습니다. 특히 중국·러시아 기업들이 다양한 제원의 정찰·공격 드론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 중국 업체에서는 드론과 드론을 무력화하는 재밍(전파교란) 장비를 함께 들고 나와 '창과 방패'를 동시에 세일즈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리야드=이석종 국방전문기자·국방부 공동취재단 sto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