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03월 18일 11:1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의 대표 상품인 블랙스톤의 BCRED가 사상 처음으로 자금 유출을 기록하면서, 국내 증권사를 통해 판매된 관련 투자상품 전반의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삼성증권(016360)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블랙스톤과 칼라일 등 글로벌 운용사와 협업해 사모대출 상품을 리테일 채널로 공급해온 만큼,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국내 투자자에게 직접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유동성 문제로 논란이 불거진 사모대출 상품이 국내에선 삼성증권과 한투증권을 중심으로 판매됐다. 삼성증권은 블랙스톤의 BCRED, 한투증권은 칼라일의 CLO 상품을 리테일 중심으로 확대한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 여부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삼성증권)
블랙스톤 BCRED 자금 유출…삼성증권, 1500억원 이상 판매
블랙스톤의 BCRED의 경우 올해 1분기 약 7.9% 규모의 환매 요청이 접수되며 통상적인 환매 한도인 5%를 초과했다. BCRED는 1분기에 약 20억달러(2.7조원)의 신규 자금을 유치했지만, 환매 요청액이 37억달러(5조원)에 달하면서 결과적으로 17억달러(2.3조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블랙스톤은 기존 5%였던 환매 한도를 7%로 상향하는 동시에 부족분에 대해서는 회사 및 임직원 자금을 포함한 약 4억달러(5400억원)를 투입해 대응에 나섰다.
BCRED는 비상장 기업에 대한 선순위 담보대출을 통해 운용되는 펀드다. 자산 특성상 단기간 내 매각이 어려운 비유동 자산이 대부분이다. 반면 투자자에게는 분기 단위 환매 기능이 제공되는 구조를 갖고 있어, 환매 수요가 집중될 경우 유동성 불일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블랙스톤이 임직원 자금까지 쏟아부은 까닭도 이 같은 사모대출 펀드 특유의 구조적 한계 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통상 환매 요청이 늘어날 경우, 보유 자산을 처분해 현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그러나 자산을 시장에 매각할 경우 정상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게 된다. BCRED의 경우 펀드를 구성하는 비상장 대출채권의 가치가 하락하고, 이는 투자자들의 추가 환매를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블랙스톤이 외부 자금 투입을 통해 환매를 소화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 유동성을 보강함으로써 펀드 가치 하락과 환매 확산을 동시에 막겠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방식이 단기적인 방어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환매 수요가 지속될 경우엔 운용사 자체 자금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국내 증권사들이 판매한 상품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는 점이다. 삼성증권은 블랙스톤 BCRED에 투자하는 재간접 상품을 통해 약 1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했다. 해당 상품의 주요 자산 구성은 BCRED 약 95%, 외화예금(달러) 약 5%다. 블랙스톤의 사모대출 펀드에 투자가 집중된 형태다.
(사진=한국투자증권)
한투증권, 칼라일의 CLO '경고등'…기초자산 부실 우려 확대
한국투자증권 역시 사모대출과 관련해 리테일을 확대해온 증권사 중 하나다. 한투증권은 2023년부터 글로벌 운용사 칼라일과 협업해 '한국투자칼라일 CLO' 펀드를 출시하고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해왔다. 해당 상품은 여러 기업의 담보대출을 기초로 한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에 투자하는 구조로, 5차 펀드까지 누적 25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CLO는 다수의 비우량 기업 대출을 묶어 증권화한 구조화 상품으로, 평상시에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대체투자로 인식되지만, BCRED와 마찬가지로 시장이 불안할 때는 가격 변동과 유동성 리스크가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도 사모신용 펀드의 환매 대응 과정에서 CLO가 우선 매각되며 수익률이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한국투자칼라일CLO일반사모자투자신탁' 펀드는 지난해 말 최근 3개월 수익률이 0.63%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12개월 수익률과 2년간 수익률이 각각 5.74%, 17.78%인 것을 고려하면 대출채권 매각에 따른 수익률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펀드의 BBB와 BB 트랜치 비중은 각각 78%, 22%다.
관련 업계에선 삼성증권의 BCRED와 한국투자증권의 CLO, 두 상품 모두 비상장 기업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의 유동성 변화가 국내 리테일 투자상품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 사모대출을 기반으로 한 리테일 투자상품은 빠르게 확대되어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12곳의 해외 사모대출펀드 판매 잔액은 2025년 말 기준 약 17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기관투자자가 약 16조5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개인투자자 자금도 확대되면서 5000억원 수준으로 적지 않은 규모다. 그동안 기관 중심이던 사모대출 시장에 리테일 자금이 유입되면서 글로벌 리스크의 전이 경로가 확대됐다는 평가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BCRED 자금 유출을 사모대출 시장 전반의 초기 균열 신호로 보고 있다. 다만 아직 국내에선 사모대출펀드에 대한 환매 요청이 빗발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과거 금융위기 당시 문제가 됐던 ABS, CDO가 대출을 증권화하면서 하위 트랜치부터 붕괴됐던 것과 비슷한 구조"라며 "사모대출은 등급이 없지만 기초 자산이 대부분 투기등급이라는 점에서 경기 변동에 따른 신용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블랙스톤 측에서 BCRED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고, 엄밀하게 말해 환매 중단까지 이어진 상황은 아니다"라며 "국내에선 환매 요청이 사실상 없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한투증권 관계자도 <IB토마토>에 "국내에선 사모대출 상품의 환매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 않다"라고 답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