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크레딧시그널)SK하이닉스, 순현금 체력까지 갖췄다…변수는 중국

AI 메모리 선점에 97조원 매출 돌파
사전 계약 정착으로 업황 변동성 극복
VEU 철회 따른 '중국 리스크' 정면 돌파 과제

입력 : 2026-03-20 오전 11:45:27
이 기사는 2026년 03월 20일 11:4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발판 삼아 매출 100조원 시대를 목전에 둔 역대급 성장을 일궈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기술력을 앞세워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기업의 기초 체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다만, 지난 1월1일부터 미국 상무부의 VEU(검증된 최종 사용자) 지위 철회에 따라 중국 생산 기지에 반도체 장비를 들여올 때마다 건별로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초격차 유지'를 위한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SK하이닉스)
 
20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유례없는 성장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인 AI 투자 기조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구글, 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인프라 확대로 인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 기준 DRAM 시장에서 36.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HBM3(4세대)와 HBM3E(5세대)를 선도적으로 공급하며 독보적인 기술 신뢰성을 입증했다.
 
이러한 성과는 차별화된 패키징 기술력인 'Advanced MR-MUF'가 뒷받침하고 있다. 이를 통해 HBM 제품군에서 절대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으며, 향후 기술적 변화가 큰 HBM4(6세대)에서도 주도적인 공급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HBM은 범용 제품과 달리 사전 계약 구조를 통해 높은 가격과 수요 가시성을 확보하고 있어 업황 변동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브로드컴 등 일부 업체는 2028년까지 HBM 등 핵심 부품 물량을 선점했다고 밝히는 등 장기 계약 구조가 정착되는 추세다.
 
실적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97조 1467억원으로 전년 대비 46.8%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01.2% 성장한 47조 2063억원이라는 수치를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48.6%에 달하며,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EBITDA 마진율은 63.1%를 기록했다. 이러한 수익성 극대화는 고부가 제품인 HBM3E 12단 및 AI 서버용 고용량 메모리 공급 비중 확대에 따른 제품 믹스 개선의 결과다. 특히 AI 메모리 생산 확대가 범용 메모리 공급을 제약하면서 범용 제품 가격까지 급격하게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가장 고무적인 성과는 차입금 중심의 재무구조에서 탈피해 현금 보유량이 차입금보다 많은 '순현금' 상태로 전환된 점이다. 2023년 말 23조 5770억원까지 치솟았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10조 1873억원의 순현금 상태로 돌아섰다. 이는 불과 2년 만에 약 33조원 이상의 재무부담을 털어낸 것으로, 확대된 현금창출력과 보수적인 투자 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자료=한국신용평가)
 
재무안정성 지표 역시 대폭 개선돼 부채비율은 2023년 87.5%에서 지난해 45.9%로 낮아졌으며, 차입금의존도는 32.4%에서 14.1%로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우호적인 수요 환경 속에서도 설비투자(CAPEX) 규모를 매출액의 30% 중반 이내에서 철저히 관리하며 창출된 현금을 축적하는 재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DRAM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NAND 사업도 AI 데이터 센터용 고용량 SSD 수요 증가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2021년 인수한 솔리다임(Intel NAND 사업부)이 보유한 QLC 타입 기업용 SSD 기술력이 AI 및 딥러닝 워크로드 환경에 적합한 솔루션으로 인정받으며 시장 점유율 격차를 확대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NAND 시장 점유율은 19.1%를 기록하며 업계 2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다만 성공적인 실적 이면에는 대외적인 불확실성이라는 과제도 남아 있다. 미국 상무부의 VEU(검증된 최종 사용자) 지위 철회로 인해 지난 1월1일부터 중국 내 Fab에 첨단 장비 반입 시 사전 승인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DRAM의 약 40%, NAND의 약 25%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어 장기적인 생산 차질 우려가 존재한다. 또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와 급격히 상승하는 투자비 부담 역시도 지켜봐야 할 과제다. 실제 클린룸 1만평당 투자비는 2019년 약 7조 5000억원에서 지난해 약 20조원 수준으로 3배가량 폭증했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는 올해 생산물량이 이미 완판된 가운데,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 지속으로내년까지 메모리 수급이 타이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권영지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