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추상적 물건 반입 제한' 규정은 인권침해"

"헌법상 일반적 행동자유권 침해"

입력 : 2022-02-24 오후 5:11:38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교도소장이 수용자에게 허가할 수 있는 물품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거나 범위를 정하지 않은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의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23일 A씨가 모 교도소장 B씨를 상대로 낸 진정사건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또 법무부에 수용자가 교도소장의 허가 없이 물품을 지니거나 주고받을 수 없도록 규정한 조항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권고했다.
 
모 교도소에 수용 중인 A씨는 동료 수용자들이 해당 교도소장 B씨를 상대로 한 과밀수용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돕는 과정에서 동료 수용자들로부터 소송 관련 서류를 전달받고, 허가를 받아 복사한 후 법원에 제출했다.
 
B교도소장은 법원으로부터 받은 송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A씨와 A씨 동료들이 복사를 요구한 서류가 소송과 관련된 서류임을 알게됐다. 그러면서 해당 서류를 허가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와 A씨의 동료 수감자들에게 각각 금치 13일과 금치 9일 등 징벌 처분했다. A씨는 금치처분 누적으로 처우 등급이 하향돼 다른 교도소로 이송됐다.
 
이후 A씨는 징벌 처분에 대한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또 B교도소장이 교도소와 관련된 소송이라는 이유로 징벌 처분을 내리는 등 공권력을 남용하였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반면 B교도소장은 인권위에 “A씨가 복사를 요청한 서류가 허가받지 않은 사실을 알지 못해 복사해 준 것”이라며 “교도소와 관련된 소송에 관여해서가 아니라 허가 없이 물품을 수수한 것이 징벌의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는 일단 복사가 됐다는 사실만을 근거로 자신의 규정 위반행위를 정당화하고 있으나, 부당처우 및 인권침해를 한 적이 없고, 처우 등급 조정과 교도소 이송은 정당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해당 사건 검토 중 A씨가 대구지방법원에 B씨의 징벌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원의 재판이 진행 중인 것을 확인하고 ‘부당한 징벌 등’에 대해서는 각하 처분을 내렸다. 다만 해당 사건에서 교도소장이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교도소장이 수용소 내 질서 유지를 위해 물품을 통제할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일정한 요건 없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 제10조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에 수용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교도소장이 허가할 수 있는 물품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거나 범위를 정하는 방법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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