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국내 대표 부품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1분기 실적이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와 우호적 환율, 재고 비축 등의 영향에 따라 선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관세폭풍의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가는 2분기에는 순항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서, 삼성전기는 기존 중국 수출 증대로 관세 부담을 방어하고, LG이노텍은 생산 거점을 다변화해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입니다.
삼성전기 수업사업장 전경(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오는 29일 발표 예정인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2조6952억원, 영업이익 2004억원입니다. 당초 컨센서스 하회 우려가 있었으나, 컨센서스에 부합하거나 소폭 웃도는 실적이 예상됩니다.
상상인증권 정민규 애널리스트는 “계절적 성수기(삼성전자 갤럭시 S25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 도래, 우호적 환율, Mix 개선(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 비중 증가로 인한 수익성 개선), 관세 등 불확실성에 대비한 고객사 재고 비축 수요 등 여러 우호적 전방 업황으로 전년 대비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다만 상반기 예정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는 변수로 꼽힙니다. 삼성전기의 주력상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전기 에너지 저장장치)를 담당하는 사업부문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43%에 달합니다. 삼성전기는 현재 한국, 중국, 필리핀에 MLCC 공장이 있고, 한국과 베트남에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 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각국의 상호 관세율은 한국 25%, 중국 125%, 필리핀 17%, 베트남 46%입니다.
한국투자증권 박상현 애널리스트는 “관세의 직접적 부과 대상이 아닌 부품 기업도 해당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삼성전기는 직접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이 극히 제한적이고, 중국 수출 비중이 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 점을 바탕으로 미국의 관세 영향을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LG이노텍 파주 공장(사진=LG이노텍 홈페이지)
앞서 LG이노텍은 지난 24일 1분기 실적으로 매출 4조9828억원, 영업이익 1251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하는 규모인데 광학솔루션 사업의 호실적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올해 1분기 광학솔루션 매출은 4조1384억으로 전분기 대비 18% 성장했습니다. 이는 전체 매출의 83% 수준입니다. 기판소재사업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5% 증가했으나 3769억 규모에 그쳤습니다.
광학솔루션 사업의 깜짝 실적은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풀인’(Pull-in, 관세 정책 변화 이전 미리 구매) 정책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광학솔루션 사업에서 애플 매출은 80~90%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습니다. 애플의 신제품이 없는 1~2분기는 통상 비수기이지만, 풀인 효과로 1분기 수요가 몰린 것입니다.
문제는 풀인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BNK투자증권 이민희 애널리스트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43% 하락한 707억원으로 예상되면서 Pull-in 효과도 소멸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망 내 경쟁 심화로 올해 실적부진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습니다. 삼성증권 이종욱 애널리스트도 “하반기 신제품 기대감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며 “관세 리스크 완화와 성장 동력 확보가 급선무”라고 했습니다.
관세 리스크가 사라진다고 해도 애플에 중국 경쟁사들이 수주를 늘리고 있어 사업 구조적 문제는 잔존합니다. 이에 LG이노텍은 관세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베트남, 인도네시아 공장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차세대 반도체 기판을 비롯해 차량용 반도체용 부품, 전장 및 로봇 부품 사업 등 중장기 성장 전략 구축에도 주력할 방침입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