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국방비 증액이 예상되는 가운데 캐나다도 국방비 예산을 대폭 증액한다고 밝히면서 방산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캐나다 공영방송에서 최근 K-방산을 집중 조명했던 만큼 K-방산의 새로운 수출 기회가 될지 주목됩니다. 유럽 지역의 방산 블록화 움직임에 업계는 현지화 등 패키지 딜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9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의 군 시설인 ‘포트 요크 아머리’에서 국방과 안보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업계에 따르면 나토는 3주 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국방비를 늘릴 전망입니다. 나토 회원국들은 그동안 GDP 대비 2%의 국방예산을 지출해왔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주국방 필요성을 느끼고 국방비 증액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나토 국방비 증액이 이뤄지면 유럽 내 나토 회원국의 군사비 규모는 8000억달러(1083조원)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캐나다도 안보 역량을 키우기 위해 국방비 예산을 늘리는 모양새입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9일(현지시간) 국방 및 안보 전략 발표에서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을 기존 1.4%에서 2%로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카니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신속히 새로운 장비와 기술을 조달하고 방위산업 역량을 구축해 나토에 약속한 방위비 목표를 올해 이행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캐나다의 국방 관련 투자액은 이번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기준 90억캐나다달러(약 8조9000억원) 수준으로, △신규 항공기·장갑차·탄약 도입 △해저와 북극 감시를 위한 신규 드론 및 센서 개발 △인공지능(AI)·사이버·양자·우주 분야 역량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미국에 대한 국방 의존도를 줄이면서 자체 안보 역량을 높인다는 방침입니다.
이 같은 흐름은 K-방산에 분명한 호재입니다. 유럽의 경우, K-방산의 강점으로 꼽히는 생산량과 가성비, 빠른 납기를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독일 라인메탈 등 유럽 방산업체들은 생산설비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 K-방산의 수출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캐나다와 한국이 방산 파트너십 구축에 힘쓰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3월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에 국내 방산업체들과 원팀 참여를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 공동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여기에 캐나다 공영방송인 CBC가 지난달 한국의 방산 능력을 집중 조명하면서 K-방산의 경쟁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캐나다의 최대 방산 전시회인 ‘캔섹(CANSEC) 2025’에 참가해 캐나다 맞춤형 방산 솔루션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캐나다가 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모습을 보여 업계에선 눈여겨보는 시장 중 하나”라며 “현재 잠수함 쪽에서 협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상 무기체계 등 다른 무기들도 충분히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유럽 내 방산 동맹과 블록화는 넘어야 할 과제로, K-방산은 현지화로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에 천무 유도탄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현대로템은 K2전차 수출 계약 과정에서 현지 생산을 논의 중입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무기 수출의 매커니즘은 ‘패키지 딜’ 방식을 선호하는데, 무기 구매국들도 이 같은 방식을 선호한다”며 “상당 부분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만 아니라 기술이전도 함께 이뤄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