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유통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실용 외교 전략과 내수 안정 정책, 플랫폼 공정화 추진 등이 맞물리면서 산업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특히 한·중 관계 개선 기대가 면세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식품업계는 대통령의 물가 안정 메시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신중 모드에 들어갔고, 배달 플랫폼 업계는 ‘수수료 상한제’ 도입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면세업계, 한·중 관계 개선 기대…다이궁 의존도 낮추고 체질 개선 나서
이재명 대통령이 실용 외교를 강조하며 한·중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자, 면세업계는 오랜만에 기대감 속에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한동안 장기 침체와 구조조정 속에 고전해왔던 면세점 업계로서는 반가운 신호인데요.
면세업계는 업종 특성상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전체 매출의 약 70%가 중국 관광객으로부터 발생하는데요.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유커(단체관광객)의 수가 급감하면서 매출 타격이 컸고, 이에 따라 상당수 업체는 유커 대신 다이궁(보따리상)을 중심으로 매출을 유지해왔죠. 하지만 다이궁 중심의 매출 구조는 수익성이 낮고 가격 경쟁이 심해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에 최근 면세업계는 다이궁 의존도를 점차 낮추고, 유커 회복에 대비한 전략 마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약 112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84% 수준이며, 사드 사태 이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약 67% 수준에 그칩니다. 이 같은 회복세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정부의 외교 기조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하반기부터는 보다 뚜렷한 반등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가 큽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중 외교를 복원하고 실용 노선에 힘을 실으면서 관광 수요도 점차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이궁 중심에서 벗어나 유커를 타깃으로 한 서비스와 마케팅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식품업계, 대통령 ‘2000원 라면’ 발언 이후 ‘몸 사리기’
식품업계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라면 한 개에 2000원 하는 게 진짜냐”는 발언 이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해당 발언은 지난 9일 열린 제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나온 것으로, 이후 식품기업들의 주가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등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농심 신라면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라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농심은 발언 당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4.64%의 주가 하락을 기록했고, 다음날에도 0.62% 추가 하락했죠. 11일 일시적으로 반등하며 40만원 선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12일 다시 하락하며 39만75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최근 6개월간 국내 주요 식품기업 60여곳이 줄줄이 제품 가격을 인상해왔습니다. 농심과 오뚜기 등 라면 제조업체를 비롯해 롯데웰푸드, 빙그레, 동서식품 등도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했는데요. 이 기간 동안 초콜릿 가격은 평균 10.4%, 커피는 8.2% 상승했고, 라면과 아이스크림 가격도 약 5% 안팎으로 올랐습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물가 인상 억제를 위해 장기간 가격 조정을 유보해왔으며 실제로 수입 원가 상승, 인건비 부담, 환율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누적되었음에도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 이후 식품업계는 눈에 띄는 가격 조정이나 신제품 출시 등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분위기인데요. 정책 기조가 물가 안정 쪽으로 확고해지고 있는 만큼 기업들도 정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입법 가능성에 긴장 고조
배달 플랫폼 업계는 이재명정부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크게 긴장하고 있습니다. 당초 지난 정권에서 논의만 되던 수준에 머물던 해당 안건이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 속에 구체적인 입법 가능성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주요 플랫폼 업체들과 상생 방안 마련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데요. 하지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 수수료 상한제 입법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수수료 상한제와 관련된 법안은 총 5건으로,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법안은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입니다. 해당 법안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수수료율에 상한을 두고 그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수수료 상한제가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결과적으로 플랫폼 산업의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요. 배달 플랫폼 관계자는 “수수료 문제는 단순한 가격 규제가 아니라 서비스 품질, 배송 안정성, 소상공인과의 협력 구조 등 다양한 요인과 연계되어 있다”며 “정부가 업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제도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정부의 정책이 단기적인 메시지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법제화와 제도 변화로 이어질 경우, 유통업 전반의 지형이 크게 바뀔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책이 실제로 입법되거나 규제로 구체화될 경우 업계별로 희비가 갈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업계의 자율성과 시장의 효율성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실효성 있는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