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지하철 30분 당긴다더니…시행 방안 '감감무소식'

이르면 8월부터 첫차 5시로…7월 말 되도록 시행 불투명
서울시 "노사 합의 사항…합의 안되면 시행 못하게 될 것"
노조에 말도 못 붙인 서울교통공사…임단협서 분규 전망

입력 : 2025-07-28 오후 2:30:31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이르면 8월부터 서울 지하철 1~8호선의 첫차 시간이 지금보다 30분 앞당겨질 예정이었으나, 7월 말이 다 되도록 시행은 불투명합니다. 서울교통공사는 노동조합들이 첫차 시간을 오전 5시로 앞당기는 데 반발하자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의 상위 기관인 서울시청은 서울교통공사가 노사 합의를 통해서 해결할 일이라며 공을 미룬 상황입니다. 
 
앞서 지난 5월21일 서울시청은 새벽 근로자의 교통 편의를 높여주기 위해 서울 지하철 1~8호선 첫차 시간을 현재보다 30분 앞당긴 오전 5시부터 운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가 다니지 않는 지역에서 출근하는 새벽 근로자의 교통 편의를 높여주기 위해 지하철 첫차 시간을 앞당기겠다는 겁니다. 다만 서울시청은 열차 유지보수·정비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막차 시간도 기존 새벽 1시에서 밤 12시30분으로 30분 앞당기기로 했습니다. 지하철 운행 시간이 바뀌는 시기는 이르면 오는 8월부터입니다. 
 
하지만 7월 말인 현재까지 구체적 시행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28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서울교통공사 노사 내부에서 지하철 첫차 시간을 당기는 방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며 "서울시청은 첫차 시간을 당기는 정책의 목표 시기를 오는 8월로 잡았다고 발표했지만, 서울교통공사 노사 협의 상황에 따라 시행 시기는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지연될 수 있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사 합의가 되지 않으면 추진하기 어렵다"며 "노조가 계속 반대함으로써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행하고 싶어도 못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12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에서 뚝섬역으로 가는 지하철에 탑승해 열차 내부 냉방 상황을 확인하고 비상호출장치, 폐쇄회로TV(CCTV)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청)
 
그런데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사측은 현재까지 3개 노조와 첫차 시간 변경에 대해서 아직 공식 대화를 한 적이 없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아직 공식 안건으로 첫차 시간 변경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대화를 시도해봐야 노조들이 무조건 반대만 할 텐데,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대화를 할 것 아니냐. 아직까지 서울교통공사는 대화 시기가 안 됐다고 본다"며 "앞으로 언제 대화가 이뤄질지 시기를 예측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3개 노조들은 서울시가 출근차 운행을 지금보다 30분 당긴다고 발표한 다음 날인 5월22일 일제히 반대 입장을 냈습니다. 첫차 시간이 변경되면 근로시간 등 노동 조건도 변하는데, 서울시청이 노조에 사전에 어떠한 언질도 주지 않은 데다 노사 합의를 거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겁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운행 시간 조정은 열차 운행, 심야 시설·전동차 보수.점검, 역사 안전관리 등 업부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가 뒤따르는 문제"라며 "운행 시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해도 노동자의 근로 조건 변동·악화에 대한 철저한 보완책과 개선책 마련은 필수 불가결한 전제"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시의 행태는 서울 지하철을 설익은 정책 실험과 정치적 홍보의 노리갯감으로 여기는 짓이나 다를 바 없다"며 "운행 시간 조정에 앞서 노동 조건 변동에 대한 보완·개선 대책 수립과 이의 노사 합의 시행 등을 다룰 것을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도 "서울시의 일방적인 열차 운행 조정 발표에 유감을 표한다"며 "재검토 및 연장 운행 자체를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습니다. 올바른노조 역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해야 할 일은 '약자와의 동행'이란 명목 하에 지하철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게 아니다"라며 "불필요한 인력과 에너지 낭비일 뿐"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들의 반발에 직면한 서울시청은 결국 '첫차 시간 변경은 노사 협의 대상'이라며 한발 물러선 상황입니다. 
 
6월8일 서울시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 (사진=뉴스토마토)
 
앞으로 지하철 시간 조정안은 노사 분규의 대상까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진환 서울교통공사노조 교육소통실장은 "오는 30일 노조대의원 대회에서 임금협약·단체협약에 제출할 요구안을 확정 짓는다"며 "요구안을 통해서 첫차 시간 변경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전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판규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 사무처장도 "예를 들어 임금교섭과 단체협약 교섭(임단협) 도중에 사측이 첫차 시간 변경을 들고 나올 경우, 저희가 거부하면 되는 것"이라며 "만약 첫차 시간 변경이 정말로 필요하다면, 저희가 수용하면서 반대급부로 야간 연장 운행을 폐지하는 등 다른 정책을 제시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 역시 "임단협 때 사측에 첫차 시간 변경의 대안을 논의하자고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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