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최근 대법원은 피해자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피해자에게 차단당한 사람이 '멘션' 기능을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을 올렸다면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와 다르게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이 4월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열린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중앙 디성센터)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피고인과 피해자는 SNS에서 다투던 중 피해자가 피고인을 차단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자신의 계정에 글을 게시하면서, '@' 표시 뒤에 피해자의 계정을 표시하면 해당 계정의 이용자에게 게시글에 관한 알림이 가게 되는 멘션 기능을 이용해 피해자 계정을 특정한 뒤 음란한 글 등을 작성했습니다. 피해자는 피고인을 차단해 피고인이 이 사건 게시글을 올린 당시에는 이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피고인 계정을 검색해 들어갔다가 이 사건 게시글을 확인하고 피고인을 고소했고,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위반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된 겁니다.
1심은 피고인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멘션 기능을 사용하면 상대방에게 알림이 가서 직접적으로 멘션을 보내는 효과가 발생하므로 피고인은 해당 게시글을 피해자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둠으로써 도달하게 했다고 봤습니다. 피해자가 피고인을 차단했다는 우연한 사정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한 직후 피해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만으로 다르게 볼 수 없다는 겁니다.
2심은 1심의 판단을 뒤집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트위터 계정을 사전에 차단해 피해자에게 이 사건 게시글에 대한 알림이 전달되지 않았고, 피해자가 스스로 피고인의 트위터 계정을 검색해 이 사건 게시글을 찾는 별도의 행위를 통해 이 사건 게시글을 확인 및 인식한 것이므로, 이 사건 게시글은 피해자가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다시 뒤집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처벌합니다. 대법원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보호법익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개인의 의사에 반해 접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성적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인격권의 보호 및 사회의 건전한 성 풍속 확립이라고 봅니다.
특히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구성 요건 중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직접 접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을 의미한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한 사람이 통신매체 등을 통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상대방에게 전송함으로써 상대방이 별다른 제한 없이 그 글 등을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상대방이 실제로 그 글 등을 인식 또는 확인했는지와 상관없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다는 구성 요건을 충족한다는 겁니다.
이러한 법리에 따라 피고인이 피해자를 지목해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하고 멘션 기능을 사용한 점과 해당 SNS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인식하는 멘션 기능의 의미 등에 비춰볼 때 피고인이 작성한 이 사건 게시글은 피해자가 객관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가 무슨 이유에서든 피고인의 계정을 검색해 이 사건 게시글을 보게 됐다는 사정은 범죄가 이미 성립한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고 봤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를 범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대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행위의 동기와 경위, 행위의 수단과 방법, 행위의 내용과 태양, 상대방의 성격과 범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 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상대방에게 도달한 글 등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킨다는 것'은 피해자에게 단순한 부끄러움이나 불쾌감을 넘어 인격적 존재로서의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끼게 하거나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서 사회 평균인의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의 유발 여부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특히 성적 수치심의 경우 피해자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다른 성범죄에 비해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낮고 단발성으로 끝나는 사건이 많아 벌금형이 선고되는 비율이 높습니다. 따라서 다소 가벼운 범죄로 생각하고 충동적으로 범행에 나아갈 수 있지만, 그 행위 태양이나 피해의 정도에 따라 징역형이 선고되기도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신상 정보 등록 대상자가 되고 신상 정보 공개 명령이 선고되기도 하는 중한 성범죄라는 점을 인식하고,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