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은 자국 내 병원에서 모집한 20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구강 검진과 혈액 검사를 실시하고 식습관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채소·과일·올리브오일·콩류 등 식물성 위주 식단을 즐기는 사람들은 혈액 속 염증 지표인 인터루킨-6(IL-6)과 C-반응성 단백질(CRP) 수치가 낮았으며, 치주질환의 중증도도 현저히 낮았습니다.

 

반대로 붉은 고기 위주의 서구식 식단을 즐기는 참가자들은 IL-6과 CRP 수치가 높고 잇몸 염증이 심했습니다. 연구진은 “식단이 면역계와 염증 조절에 영향을 주며, 그 조합과 비율이 구강 질환의 위험을 결정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 연구의 제1저자인 주세페 마이나스(Giuseppe Mainas) 박사후 연구원은 “균형 잡힌 지중해식 식단이 치주질환과 전신 염증을 완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환자 치료 시 식이 요인과 염증 수준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교신저자인 루이지 니발리(Luigi Nibali) 교수는 “영양이 풍부한 식물성 중심 식단이 국가적 차원의 잇몸 건강 증진에 기여할 잠재력이 있다. 향후 개인 맞춤형 식단을 통한 치주질환 관리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지중해식 식단은 이미 심혈관 질환, 퇴행성 뇌질환, 일부 암 예방 효과가 풍부한 과학적 근거로 입증돼 왔는데, 이번 연구는 여기에 ‘잇몸 건강’이라는 영역을 새로 추가했습니다.

 

식물성 식단이 함유한 다량의 항산화·항염 분자(파이토케미컬, 미량영양소)는 면역 체계를 안정시키고, 혈관 내 염증을 줄여 치은염·치주염 같은 구강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치주질환은 심장병과 당뇨, 치매 등 전신질환과 깊게 연결돼 있어, 구강 건강을 지키는 식습관은 곧 전신 건강을 보호하는 ‘입속의 건강혁명’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치주질환 유병율은 상당히 높습니다. 대한치주과학회가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1년 외래 다빈도 질환 통계에서 감기, 고혈압을 제치고 치주질환이 압도적 1위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2023년에는 약 1,880만 명이 잇몸병으로 외래 진료를 받았습니다. 질병관리청의 국가정보포탈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민건강영양조사 제7기 3차년도(2018) 구강검사 결과,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의 치주질환 유병률은 23.4%입니다. 남성의 연령별 치주질환 유병률은 20대가 5.2%, 30대가 19.3%, 40대가 39.2%, 50대가 49.7%, 60대가 55.2%, 70대 이상이 53.2%로 보고됩니다. 여성의 경우에도 20대가 2.9%, 30대가 9.1%, 40대가 16.0%, 50대가 32.8%, 60대가 39.5%, 70대 이상이 44.1%에 달합니다. 전체적으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유병률도 증가하며, 특히 50세 이상에서 유병률이 급격하게 높아집니다. 치아 건강은 몸의 건강과 직결됩니다.

 

최근 고단백·고기 중심의 식습관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이는 잇몸건강의 적신호입니다. 지중해식처럼 채소·콩·올리브오일을 늘리고 붉은 고기를 줄이는 것이 잇몸 건강은 물론 심혈관·뇌 건강을 위해 필요한 건강 지혜입니다. 이번 연구진은 “단순히 이를 닦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균형 잡힌 식단이야말로 치주질환을 예방하는 보다 근본적 처방이다”라며 식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DOI: https://doi.org/10.1002/jper.70016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