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랭한 여론에도 '개딸 호소전'…국감, '지방선거 전초전' 변질

국감서 야당 제압에…강성 발언 '난무'
'권리당원 표' 강화에…지선 저격 행보
"완급 조절 필요…국민 생각해야" 쓴소리

입력 : 2025-10-21 오후 6:02:19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국회 국정감사가 한창인 가운데 여야 의원들의 거침없는 발언에 눈살이 찌푸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노리는 여당 의원들의 행보가 두드러지는데요. 민주당 경선에서 권리당원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지선 공천을 향한 '개딸'(개혁의 딸, 민주당 강성 지지층) 호소전이 시작됐다는 게 정치권 시각입니다. 이들의 튀는 행보와 여야 난타전으로 국감장은 지방선거 전초전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마음은 콩밭에…'국감 스타' 노리는 의원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전·대구·부산·광주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감 도중 여야 간에 또 고성이 오갔습니다. 
 
음주 소동 의혹을 받는 제주지법 소속·출신 판사들이 이날 국감장에 불출석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이들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를 의결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미 형사 고발된 사안인 만큼 증인 채택이 적절하지 않다며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을 비판하고 나선 것입니다. 
 
여야 할 것 없이 법사위 국감은 매번 난타전으로 흐르는데요.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듯한 과도한 행동과 막말이 난무하는 실정입니다. 더욱이 여당 의원들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 때리기에 앞장서며 연일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내년 지선 후보군으로 거론된다는 점입니다. 
 
경기도지사 출마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위원장직을 맡은 직후부터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간사 선임을 저지하며 강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국감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불허하고 증언을 요구하며 사법부와 정면 대치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민의힘 의원에게 "태도를 봐가면서 발언 기회를 드리겠다"고 말하는 등 야당을 제압하는 듯한 장면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로 언급되는 민주당 전현희·서영교 의원은 국감에서 각각 이재명 대통령 재판에 대한 허점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사법부를 향해 맹공을 펼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과의 설전 과정에서도 강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전 의원은 국민의힘 주장에 "윤석열 무죄 만들기, 윤석열 어게인 작전의 일환"이라고 비판했고, 서 의원은 나 의원에게 "윤석열 꼬붕 앉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국방부 국감에서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방위원장을 향해 호통을 쳤습니다. 성 위원장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내란' 단어 사용을 지적하자 발끈하며 "내란 정당 위원장은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권리당원'이 출마 가른다…강성 이면엔 '지선'
 
이번 국감은 호통으로 화제가 되는 이른바 '유튜브 쇼츠용 국감'이라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는데요. 정책은 실종된 채 국감 초반부터 반환점을 돌 때까지 강성 지지층만 보는 행보가 줄을 잇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그 중심에는 내년 지선을 위한 '공천 받기' 전략이 깔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민주당은 최근 당내 선거에서 꾸준히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높여왔습니다. 향후 지선 출마자를 가를 경선에서도 권리당원의 영향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의원들이 '당심'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시각입니다. 
 
하지만 이는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강조해왔던 권리당원 비중 강화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 셈입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518명을 조사해 20일 공표한 결과, 이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 응답률을 52.2%로 나타났습니다. 직전 조사 대비 1.3%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지난 16~17일 전국 성인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도는 46.5%로 직전 조사보다 0.7%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두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 조사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각각 4.7%, 4.4%입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3.1%포인트(정당 지지도)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이에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 이전에 국민들의 냉랭한 여론부터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선거를 앞두고 강하게 가는 게 지지층에게 시원한 타격감을 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강약 조절을 잘해야 국민 입맛에 맞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생각하며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 다선 의원은 <뉴스토마토>에 "국감은 1년에 한 번, 전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감사이다. 국민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며 "정쟁의 장으로 활용하거나 소모해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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