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10월인데 46도", 호주 뒤덮은 '봄 폭염'

1.5도 상승한 대륙에 지구가 보내는 경고
새로운 일상이 되어버린 이상기후

입력 : 2025-10-22 오전 9:58:48
10월 21일 일부 지역은 44~46도에 달할 것으로 예보하고 있는 호주 기상청의 Severe weather update. (사진=호주 기상청 유튜브 화면 캡쳐)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호주가 한여름이 아닌 10월에 ‘불타는 봄’을 맞았습니다. 시드니와 브리즈번, 애들레이드 등 주요 도시가 연일 평년보다 최고 16도 이상 높은 기온을 기록하며 ‘기후 재난의 실험실’이 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더 이상 이상기온이 아니라, 새로운 일상(New Normal)”이라고 말합니다. 
 
46도 찍은 버즈빌, 도시가 녹는다
 
호주 중부 퀸즐랜드의 작은 마을 버즈빌(Birdsville)은 지난 21일 오후 2시28분, 섭씨 46.1도를 기록했습니다. 호주 기상청(Bureau of Meteorology·BoM)에 따르면, 이는 10월 기준으로 퀸즐랜드 역사상 가장 높은 온도입니다. 
 
시드니 중심업무지구(CBD)도 38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으며, 서부 교외는 40도에 육박합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더위는 평년보다 최대 16도 높다”라며 “호주 전역의 기후 패턴이 뚜렷이 달라졌다”고 진단합니다. 
 
‘밤에도 식지 않는다’, 열대야·산불·정전의 삼중고
 
낮엔 아스팔트가 녹고, 밤엔 열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곳곳에서 ‘찜통 밤(Hot Night)’ 현상이 이어지면서, 냉방기기 사용 급증과 함께 전력 수급 불안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에서는 이미 32건의 산불과 잔풀불이 발생했고, 이 중 11건이 여전히 진화 중입니다. 주 소방청은 시드니와 헌터, 일라와라 등지에 ‘전면 화재 금지령(Total Fire Ban)’을 내렸다. 
 
“불씨 하나로도 재앙이 될 수 있는 조건이다.” NSW 소방청 관계자들은 “고온·강풍·건조가 겹치며 화재 확산 속도가 위험 수위에 있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습니다. 
 
1.5도 상승한 대륙, 더 잦고 강한 극단의 날씨
 
호주 기상청의 장기 통계에 따르면, 1910년 대비 호주의 평균 기온은 이미 1.5도 상승했습니다. 이 미세한 수치 변화가 폭염과 가뭄, 산불의 ‘도미노’를 불러왔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서호주, 남호주, 퀸즐랜드, NSW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10월 최고기온 기록이 줄줄이 깨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구 전체의 온난화가 남반구 봄철 기후를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기후위기는 호주만의 일이 아닙니다. 스페인은 올해 여름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1도 높아, 역대 가장 더운 여름을 기록했습니다. 북태평양과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는 관측 이래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한반도의 온난화 속도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12년부터 2020년까지 109년간,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10년당 0.2°C씩 상승했습니.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 상승률인 10년당 0.07°C의 약 세 배에 달하는 놀라운 수치입니. 총 상승 폭으로 보면, 1912년부터 2017년까지 약 1.8°C 상승하여, 1880년부터 2012년까지 전 지구 평균이 0.85°C 상승한 것과 비교할 때 그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이들 데이터는 한국이 기후변화의 영향이 증폭되어 나타나는 지역임을 보여줍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서울도 ‘폭염도시’ 대열에 들어섰다”고 경고합니다. 
 
생존을 위협하는 ‘지구의 경고장’
 
이번 호주 폭염은 단순한 이상기후라고 보기에는 그 심각성이 두드러집니다. 평년보다 16도나 높은 기온, 식지 않는 밤, 산불·정전·야생동물 피해까지 곳곳에서 지구가 보내는 경고음으로 들립니다. 호주 기상청은 “향후 몇 주간 동부 해안의 폭염이 계속될 것”이라며 “퀸즐랜드 등 일부 지역은 다음 주에도 평년 이상 기온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기후위기가 이미 현재의 위기임을 보여줍니다. 호주가 오늘 겪는 ‘10월의 46도’는, 머지않아 우리에게 닥칠 풍경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기우가 되길 바랍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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