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전국법원장회의에 이어 법관대표회의에서도 여당 주도로 추진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위헌성이 크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헌법재판소와 법무부 등 법원 외부 세력이 재판부 구성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한 대목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위헌 논란을 해소할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민주당은 내란재판부 설치법 처리를 둘러싸고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당은 8일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논의를 더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법조계 안팎에서 위헌 논란이 커지면서 민주당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내란재판부 설치의 '연내 입법' 의지만은 굽히지 않았습니다.
"내란재판부는 위헌 소지"…들고 일어선 법관 대표들
판사 대표들의 협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6시간 동안 정기회의를 진행하고 내란재판부와 법 왜곡죄 도입에 대해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온·오프라인에서 병행된 이번 회의에는 전체 법관 126명 가운데 108명이 참석했습니다.
특히 법관 대표들은 내란재판부에 대해 "비상계엄과 관련된 재판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지대한 관심과 우려에 대하여 엄중히 인식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비상계엄 전담재판부 설치 관련 법안과 법 왜곡죄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형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위헌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므로 이에 대한 신중한 논의를 촉구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민주 의총서 예상 밖 '격론'…"전문가 의견 수렴해 재논의"
내란재판부 설치법의 본회의 상정을 밀어붙였던 민주당은 이날 한 발짝 물러섰습니다. 내란재판부 설치법과 법 왜곡죄 신설을 두고 비공개 의원총회를 2시간 동안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추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겁니다. 다음 의원총회는 임시국회가 열리는 오는 10일부터 다음주 초 사이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많은 의원들이 (내란재판부 설치법 등에 관해) 찬반 의견을 줬다"며 "오늘 의원총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았고 전문가들의 자문과 각계각층의 의견들을 수렴해 다음 의원총회에서 다시 내용을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전문가 의견 수렴에 대해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간담회 내용 참조와 조국혁신당 등 야당의 의견 등을 종합해 반영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민주당은 내란재판부 설치법을 두고 법조계뿐만 아니라 우군인 조국혁신당에서도 위헌 논란이 제기되자 일단 본회의 상정 일정을 늦추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하는 등 전반적으로 속도 조절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실제 이번 의원총회에선 민주당 내부적으로 내란재판부 설치법을 두고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초반엔 해당 법안의 수정안 마련 필요성을 두고 의원 간 대립이 이어졌습니다. 법안의 위헌 시비가 정치적 역공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수 제기된 가운데 일부는 현재 법안에 대해 문제가 없다며 정면돌파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민주당 내 의원들은 내란재판부 설치법의 위헌 여부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갔는데요. 2심부터 내란재판부를 도입하고 재판부 추천위원회 구성에 있어 헌재와 법무부를 제외하는 방향에 다수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란재판부 설치엔 '공감대'…당정대, 연내 입법 '드라이브'
민주당은 내란재판부 설치법의 본회의 처리 시점이 올해를 넘기진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 원내대변인은 "기본적으로 (해당 법안의) 연내 처리 계획이 바뀐 건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해당 법안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도 당내에 이견이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선 우원식 국회의장의 일정 등을 감안해 오는 21~24일쯤 본회의를 열어 내란재판부 설치법 처리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당정대(민주당·정부·대통령실)는 내란재판부 설치에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연내 입법안 완료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일단 당 차원에서 법안의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전망입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더 넓히고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보완하고 수정할 부분은 과감히 수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은 내란재판부 설치법의 '위헌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내란·외환죄와 관련한 형사 재판의 경우 법원이 위헌 법률 심판을 제청하더라도, 재판을 정지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헌재법 개정안 추진에도 나섰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도 헌재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법안은 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발의했습니다.
위헌 시비가 일자, 이날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에선 헌재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보류했습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헌재에서 의견을 제시한 것들에 대해 내부 논의를 좀 더 할 필요가 있어서 오늘 처리를 안 했다"고 전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