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KAI, KF-21 예산 삭감 후폭풍…차입 '2배 폭증'

24~25년 KF-21 예산 삭감…제작비 부담 업체 이전
자체 자금 조달로 3분기 만에 회사채 2배 이상 증가
향후 2년간 5조원 이상 예산 집행 현실적 의문

입력 : 2026-02-19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6년 02월 12일 15:2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지난 2024~2025년 KF-21 예산 삭감으로 인해 KAI(한국항공우주(047810))의 자금 압박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삭감된 예산 부족분을 KAI가 외부 자금으로 채우면서 차입 규모가 2배 이상 폭증했기 때문이다. KF-21 양산 사업은 KAI가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아 제작 과정을 이끌어 가는 구조라, 제작 주체인 KAI가 예산 삭감분을 충당해야 하는 셈이다. 누적된 예산 삭감분이 올해 양산 예산에도 반영되지 않아 KAI는 올해도 부족한 예산을 외부 자금으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향후 재무 부담이 개선되려면 남은 사업기간 2년동안 총 5조원 이상의 예산이 집행해야 하지만 여러 전력증강 과제가 산적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생긴다.
 
KF-21(사진=KAI)
 
KF-21 양산 예산 삭감 여파...부담 이전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KF-21 양산 예산은 신청분의 3분의 1가량이 삭감된 채로 집행된다. 우리 공군은 올해 2조 3000억원가량을 KF-21 양산 예산으로 신청했지만, 실제 양산에 배정된 예산은 1조 5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KF-21 양산 사업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총 8조 384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양산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연평균 1조 6768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이보다 다소 낮은 1조 5000억원 수준의 예산만 매년 꾸준히 편성돼도 제작에 차질이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실제 집행된 예산은 이보다 훨씬 적다. 2024년부터 올해까지 총 5조원가량의 양산 예산이 집행됐어야 하지만, 실제 지급된 예산은 2조 8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2024년 2400억원, 2025년 1조 1000억원으로 양산 예산이 축소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KF-21 양산 예산을 KAI 및 장비 업체에 지급하면, 업체들은 배정받은 예산으로 방산물자 제작비를 충당한다. 예산이 깎이면 업체들이 일시적으로 예산 부족분을 다른 곳에서 구해야 하는 구조다. KF-21 제작을 주도하는 KAI가 예산 삭감에 따른 자금 압박도 가장 많이 떠안는다. 로드맵보다 부족한 예산은 1조 2000억원 수준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 2년간 양산 예산이 삭감됨에 따라 KAI의 현금흐름 압박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 2024년 양산 첫 해 KAI의 순이익은 1709억원을 거뒀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7282억원 지출로 나타났다. 높은 운전자금 부담이 원인으로 꼽힌다. 당시 KAI는 재고 충당에만 6287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현금흐름은 더 악화됐다. KAI는 지난해 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7419억원이 유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3분기(5189억원)보다 자금 지출 폭이 더 커졌다.
 
지상 방산 업체와도 사정이 다르다. 항공방산은 지상 방산보다 수주 확보에 들이는 시간이 훨씬 더 길다. 매출과 순이익 성장 속도가 지상방산 대비 느리기 때문에 현금흐름 압박을 자체 완화하기 어렵다. KAI의 지난해 연 매출은 3조 6964억원으로 직전연도(3조 6337억원) 대비 1.7% 증가했다. 지상방산 업체의 매출 증가세와 달라 현금흐름 압박을 방어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로드맵 이탈한 예산안…외부 조달 의존도 심화
 
현금흐름 압박은 외부 차입 의존도로 이어진다. KAI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부 차입 의존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회사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KAI의 회사채 발행액은 지난해 3분기 1조 2658억원으로 3분기(2024년 말 기준5493억원)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차입금 규모 역시 1조 357억원에서 2조 197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KAI가 외부에 지급한 이자 비용은 320억원으로, 2024년 전체 이자 지급액(218억원)을 넘어섰다. 삭감된 예산을 자체 외부 자금으로 대체하면서 불필요한 이자 비용이 발생한 셈이다.
 
외부 조달은 회사채, CB(전환사채)뿐 아니라 만기 일주일 이하의 초단기 기업어음(CP)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단기 CP는 이사회 결의 등 절차가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급전 조달에 용이하다. 다만, 자금 압박이 심하다는 모습으로 외부에 비칠 수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달에 걸쳐 KAI가 단기 CP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만 4100억원이다. 만기는 길게 2~3개월, 짧게는 3영업일에 불과한 것도 있었다. 지난 1월 KAI는 회사채 5000억원을 발행해 단기 CP를 차환했다. 단기 자금 상환 압박 문제를 해소했다. 아울러 KAI는 CB 5000억원치를 발행해 KF-21 양산 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할증 10%에 만기 및 표면 이자율이 0%라 좋은 조건에 자금을 구했다는 평가지만, 장부상 부채 증가로 이어진다. KAI는 올해에만 회사채와 CB로 1조원에 육박하는 외부 차입이 발생했다.
 
올해 책정된 양산 예산은 지난 2년간 삭감된 예산 부족분을 반영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KF-21 양산에 따른 KAI의 자금 부담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향후 KF-21 양산 사업이 기간 내에 재무적으로 순항하려면 남은 기간 예산이 집중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27~2028년 KF-21 양산 사업의 잔여 예산은 5조 5000억원이다. 다만, 연간 1조 5000~1조 6000억원 수준으로 책정된 예산안이 매년 1조원 이상 증액 편성될 가능성은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우리 공군은 KF-21 양산 외에도 공중급유기 2대 추가 도입, F-15K 성능개량 계약 등 여러 전력 강화 사업을 예정하고 있어 KF-21 사업 예산이 이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겠냐는 반응이다. 
 
한 방산 전문가는 <IB토마토>에 현 상황을 "지난 2년간 KF-21 양산 예산이 삭감되면서 해당 사업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며, 개발비 분담금 등을 놓고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KAI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라 평가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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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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