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여혐의 굿판' 걷어치워라

[최신형의 정치인사이드] '함익병→이준석'…예고된 자폭

입력 : 2025-05-29 오전 10:54:07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여의도공원에서 유세를 마치고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요정(料亭). 서슬 퍼런 군부독재 시절, 서울 성북동 어딘가에 있었다. 담장 높은 은밀한 공간. 선택받은 고관대작들의 검은 승용차가 즐비한 비밀스러운 곳. 그들만의 향락 문화. 1980년대에 들어선 룸살롱이 득세했다. 욕망의 상징인 강남 개발과 함께. 강남 공화국의 한 축은 룸살롱 공화국. 권력자들의 패거리 문화. 대한민국 일부 사내들은 흠모했다. 그들만의 리그에 끼고 싶다는 욕망의 통조림. 온 사회가 시나브로 관음증에 빠졌다. 
 
'남자가 뭐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 한마디로 끝났다.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단 5음절의 강력한 파워. 다름 아닌 '사회적 관행'. 유독 남성에게만 달라붙는 딱지. 해방 이후 한국 사회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였다. 한때 효과적 지대로 인식했다. 촌지가 그랬다. 접대도 그랬다. 떡값이나 인허가 급행료 등도 마찬가지. 법원에도 손을 뻗었다. 사회적 관행이란 이유로 반복된 기득권에 대한 선처. 군부독재 시절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까지 반세기 동안 이어졌다. '인적 네트워크'란 현란한 포장술만 바뀐 채. 이쯤 되면 중세 로마 가톨릭교회의 오욕 역사에 버금가는 '현대판 면죄부' 아닌가. 
 
지귀연 룸살롱' 의혹에…함익병 "안 가본 사람 없다"
 
제21대 대통령선거 중반부. 때아닌 룸살롱 논란이 여의도에 휘몰아쳤다. 의혹 당사자는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윤석열씨 형사재판을 맡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폭로자는 정권 교체 9부 능선을 넘은 제1야당인 민주당. 
 
논란의 중심에 선 지 판사가 지난 19일 "그런 데(룸살롱) 가서 접대받을 생각도 해본 적 없고 삼겹살에 소주 사 주는 사람도 없다"고 하자, 노종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룸살롱에서 삼겹살을 먹느냐"라며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지 판사와 동석자 2명이 어깨동무를 한 사진을 공개했다. 장소는 서울 강남의 룸살롱으로 특정됐다. 국민의힘은 "제2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냐"라며 방어막을 쳤다. 이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2022년 7월 19∼20일 윤석열씨와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30여명을 울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만났다는 의혹으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같은 해 10월24일 국정감사에서 폭로한 사건이다. 
 
논란에 기름을 부은 건 함익병 개혁신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 피부과 전문의인 그는 지난 2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에서 "아주 형편이 어려워서 못 간 분은 있겠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인연으로 룸살롱 한두 번은 다 가게 된다"고 했다. 
 
특히 그는 "나 역시 룸살롱을 가봤고 성직자를 빼고 대한민국 50대 이상 남성이면 어떻게든 다 가본다"며 "갔다는 게 자랑도 아니고 안 갔다는 게 자랑도 아니다. 우리 사회 문화가 한때 그랬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회적 관행을 앞세운 방탄을 길게도 풀어서 설명. 
 
 
 

지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개혁신당 당사 앞에서 열린 '이준석 대선 후보 사퇴 요구 대학생 긴급 기자회견'에서 윤석열퇴진대학생시국회의, 진보대학생넷 회원 등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이 후보가 전날 토론회에서 여성 신체를 묘사하며 젓가락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대선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이후 터진 '이준석 여혐' 파문…우연 아닌 '필연'
 
함 위원장이 던진 룸살롱 논란의 핵심은 기득권의 패거리 문화다. 상류층과 하류층으로 나뉜 칸막이 문화. 여성의 성을 도구화·대상화한 차별과 혐오. 이성의 마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뱉는 천박함. 2025년 천민자본주의에 빠진 대한민국 민낯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함 위원장의 룸살롱 발언에 대해 "매우 개인적 발언"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대형 사고는 이윽고 터졌다. 
 
지난 27일 대선 마지막 TV토론. 이 자리에서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과거 형수 욕설 사건 겨냥, "올해 4월에 고등학교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했는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너희 어머니의 중요 부위를 찢겠다'는 말을 했다는데 냉정하게 말해서 이것 누가 만든 거냐"라며 "이재명 후보의 욕설 보고 따라 하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게는 난데없이 "민주노동당 기준으로 여성 혐오에 해당하느냐"라고 물었다. 
 
파장은 컸다. 민주당은 "혐오의 마이크를 내려놓으라"며 후보직 사퇴와 함께 정계 은퇴를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와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도 "시청 중인 전 국민을 성범죄 피해자로 만들었다"며 정보통신망법(제44조의 7)과 공직선거법(제110조)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논란이 일자 이준석 후보는 다음 날인 28일 "심심한 사과를 하겠다"면서도 "그런 언행이 만약 사실이라고 한다면 충분히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표현을 순화했다"고 덧붙였다. 
 
후진적 젠더 의식과 정치 혁신은 양립 불가. 이준석 민낯은 '시대 교체'라는 탈을 쓴 비루한 세 치 혀. 약자에 대한 타자화를 앞세운 끝없는 편 가르기. 그 끝은 혐오 극대화를 앞세운 대중 조작. 정치가 제아무리 망가져도 혐오 위에 설 수는 없다. 역대 최연소 대선 후보의 저열한 소음, 그만 거둘 때가 됐다. 
 
최신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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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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