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뉴삼성’…인적쇄신부터 지배구조 개선까지 과제 산적

대법원, 이재용에 ‘최종 무죄’ 판결
인적쇄신·지배구조 개선 필연 과제
실세 군림…”’사업지원TF’ 정리 해야”
'삼성생명법' 통과 여부도 주요 변수

입력 : 2025-07-17 오후 1:56:15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로 오랜 기간 자신을 옭아맨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위기에 빠진 삼성그룹의 전방위적 쇄신에 대한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부진의 늪에 빠진 삼성전자의 침체를 반전시켜야 함은 물론,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를 초래한 지배구조의 개선과 그룹 차원의 인적 쇄신이 필연적인 까닭입니다. 특히 이재명정부가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과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17일 대법원이 이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지난 20172월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받은 징역 26개월의 실형 선고를 포함해 8년 이상 굴레가 돼온 사법리스크로부터 드디어 벗어났습니다. 
 
이 회장과 삼성으로선 일단의 큰 고비를 넘은 셈이지만, 현재 상황은 삼성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진 않습니다. 미국발 관세정책 등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부진과, 중국 업체의 거센 추격 등 헤쳐 나가야 할 파도가 높습니다
 
무엇보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를 초래한 지배구조 개선과 그간 논란이 됐던 인적쇄신 등의 숙제도 이 회장을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다만, 지배구조 개선은 중장기 과제인 만큼, 그룹 정비를 위한 인적쇄신을 우선 단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회장 역시 고강도 인적쇄신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이 회장은 지난 3월 항소심 무죄 이후 침묵을 깨고 경영진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질책을 쏟아냈습니다이 회장은 당시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또한 이 회장은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없고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 등의 강경한 메시지도 냈습니다
 
당시 삼성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의 메시지가 사업지원TF’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습니다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로 운신의 폭이 좁았던 상황에서 그룹 안정을 위해 사업지원TF의 수장인 정현호 부회장에게 전권을 주었음에도 그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또한 과거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에 버금갈 정도로 권력이 집중됐지만, 소통보다는 지시와 명령 체계에 따른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사업지원TF 수장으로 할 수 있는 경영 자문을 넘어선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습니다. 삼성전자의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도 지난해 7월 창사 이래 첫 총파업에 돌입하고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을 후퇴시켜 막대한 손해를 끼친 정현호 사업지원TF 부회장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지난해 말 연간 보고서에서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업지원TF가 성향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막후에서 굉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하는데, 여전히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전에 내부에서 요구하는 이러한 인적 쇄신 현안부터 선결돼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수직적 지배구조 개선도 숙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배구조의 개선 역시 이 회장에게 당면한 난제 중 하나입니다특히 이재명정부가 소액주주 보호와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역점으로 추진하고 있기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평가됩니다
 
또한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일부개정 법률안’, 이른바 삼성생명법도 통과 가능성이 높아 큰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삼성생명법은 보험사(삼성생명)가 보유한 계열사(삼성전자주식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보유 한도를 총 자산의 3%로 제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이 19.93%의 지분으로 삼성물산을 지배하고 삼성물산이 일종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 삼성생명(19.34%), 삼성전자(5.05%), 삼성바이오로직스(43.06%) 등을 지배하는 구조입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 지분이 1.65%에 불과하지만, 삼성물산을 통해 간접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법이 통과가 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유 지분 8.51% 5.51% 이상을 처분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 회장의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삼성 입장에서 지배구조 개선은 풀기 어려운 난제입니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 지배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결국 자금이 문제인 탓입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결국 돈에 대한 문제로, 오너가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려면 지분이 많아야 한다면서 하지만 현재 삼성 총수 일가는 상속세를 내기 때문에 여력이 없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삼성생명법을 통해 삼성의 소유구조 전면 개편에 따른 지배구조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그런 부분에서 제약이 가해지기 때문에 삼성생명도 본연의 기업 발전이 이뤄지는 등 모두에게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 교수는 또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총수 중심의 의사결정 방식을 타파해야 한다고도 조언했습니다. 김 교수는 각 계열사들의 독립적인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확립돼야 한다이사회도 지배주주의 일방적인 이해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 주주의 이익을 반영하도록 구성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교수는 삼성의 거버넌스는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데, 현재 구조에서는 총수가 직접 움직이지 않고서는 쉽지 않다이 회장이 직접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한 만큼, 향후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배덕훈 기자
SNS 계정 :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