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정부가 조직개편을 발표한 데 이어 여당이 '공공기관 알박기 청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9월 내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공공기관장과 이를 임명한 대통령의 임기 종료 시점을 맞춰 전 정권의 알박기 인사를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공 개혁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입니다.
야 "소급 적용 안 돼"…여 "이미 합의"
여야가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정부, 민주당에서 공공기관을 전리품 대하듯이 하는 법안들이 많이 상정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직무평가를 빌미로 기관장을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까지 등장했다"며 "겉으로는 평가라는 포장을 썼지만 결국은 정권 코드에 맞지 않으면 내쫓겠다는 내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리품' 발언에 여당이 즉각 반발했습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전리품 얘기를 하시면서 민주당을 공격하시는 데 마음이 아프다"라며 "국가교육위원회 금거북이는 누가 줬나. 서희건설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누가 받았나. 무슨 전리품 얘기가 나오냐"라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일명 '알박기 금지법'으로 불리는 공운법 개정안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장의 임기를 임명 당시 대통령의 임기 종료와 맞추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구체적으로 △공공기관 임원 임기 기존 3년에서 2년, 1회 한정 연임으로 단축 △매년 성과 평가로 책임경영 강화 △새 정부 출범 후, 경영 목표 재설정과 평가 실시 후 임원 해임 건의 등이 담겼습니다.
야당은 개정안의 취지에는 동의하나 소급 적용은 반대합니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정권의 입맛에 따라 그것(소급 금지의 원칙)을 갖다가 거꾸로 지금 활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공공기관장은 부여받은 임기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임기 일치법을 이야기하는 것은 소급 입법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윤석열정부 때 전현희 권익위원장 억지 밀어내기 작업을 해서 그런 행태를 반복하지 말자는 것이 문제가 됐었고, 12·3 내란 이전에 이미 기재위에서 양당 간사님과 상당 부분 합의를 봤었다"라고 대응했습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정일영 민주당 의원이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운법, 9월 내 본회의 통과 목표
민주당은 정권 교체기 고질병인 '알박기 인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공공기관 운영의 책임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공운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민주당 '내란 은폐 및 알박기 인사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일영 의원실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이후 임명된 공공기관장은 45명입니다. 이 중 23명은 윤석열씨가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 선고를 받은 4월4일 이후 취임했습니다.
낙하산 인사 퇴치를 통한 공공기관 정상화는 이재명정부 이전부터 나왔던 의제지만 지난달 15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광복은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말하며 화두로 올랐습니다. 즉시 파면 요청이 빗발쳤지만, 정부는 현행법상 임기제를 따르는 공공기관장을 강제로 파면할 방편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김 관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임명해선 안 될 사람을 임명한 것"이라며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잇따른 잡음에 여당은 공운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심사한 공운법 개정안은 오는 9일 기재위 제1차 경제재정소위원회에 회부됩니다. 민주당은 9월 내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공공기관 통폐합 기조에 발을 맞추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예산 담당 공무원, 재정 전문가 등과 각종 예산 절감 방안을 논의하던 중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더라"며 공공기관의 대대적인 통폐합을 주문했습니다.
에너지 공기업이 통폐합 작업의 최전선에 놓였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지난달 20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대통령실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 통폐합을 제대로 하라고 지시했다"며 "비서실장 주재 별도 TF를 만들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발전 공기업"이라며 "지금의 체제는 플레이어와 심판을 동시에 맡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기업을 발전 방식별 구조조정을 하거나 기능별로 분리하는 등의 가능성을 열어둔 겁니다.
문제는 제각각인 기관장 임기입니다. 현행법상 기관장의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기관을 통폐합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민주당 한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기관장들의 임기가 다 달라서 (현행법상으론) 정권이 바뀌었으니 기관장을 바꾸고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임원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빠른 통폐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