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취임 100일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대목은 '소통과 협치'였습니다. 진영 구분 없이 대체로 이 대통령의 노력에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취임 100일도 채 안 된 시점에 야당 대표와 벌써 두 차례나 회동하는 등 지속적으로 대화하려는 대통령의 모습이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입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당했습니다.
다만, 이 대통령의 인사 정책을 칭찬한 응답은 한 자릿수에 그쳤습니다. 모든 연령·지역에서 인사를 꼽은 응답은 10%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100일간 이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사실상 낙제점을 내린 셈입니다. 탄핵 이후 치러진 조기 대선 탓에 인수위 없이 출범, 준비 기간이 없었다는 점도 국민에게는 용인되지 않았습니다.
11일 공표된 <미디어토마토> 174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가장 잘한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24.9%는 '소통과 협치'를 지목했습니다. 이어 '경제 정책'(18.8%), '외교·안보 정책'(13.9%)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인사'를 꼽은 응답은 3.1%에 불과했습니다. 34.4%는 "잘한 정책이 없다"며 이 대통령의 100일간 국정 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4.9%였습니다.
이번 조사는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입니다.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9%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전 연령·지역서 '소통·협치' 상위권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전 연령에서 이 대통령의 소통과 협치 행보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60대에선 30%가량이 이 대통령이 잘한 정책으로 소통과 협치를 꼽았습니다. 응답이 높았던 순으로 상위 3개의 잘한 정책을 보면, 20대 소통·협치 24.3% 대 경제 16.1% 대 외교·안보 15.4%, 30대 경제 20.3% 대 소통·협치 19.4% 대 외교·안보 15.9%, 40대 소통·협치 27.9% 대 경제 27.9% 대 외교·안보 11.3%, 50대 소통·협치 26.8% 대 경제 18.1% 대 외교·안보 17.6%, 60대 소통·협치 29.7% 대 경제 16.4% 대 외교·안보 10.8%, 70세 이상 소통·협치 19.7% 대 경제 13.5% 대 외교·안보 12.5%였습니다. 또 60대와 70세 이상에선 "잘한 정책이 없다"는 응답이 각각 37.2%로 가장 높았습니다.
지역별로도 평가는 비슷했습니다. 전 지역에서 대체로 이 대통령의 소통과 협치에 대해 높게 평가했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의 핵심 기반인 호남에서는 30% 이상이 소통과 협치를 가장 잘한 정책으로 꼽았습니다. 경기·인천 소통·협치 23.6% 대 경제 21.4% 대 외교·안보 12.7%, 대전·충청·세종 소통·협치 29.0% 대 외교·안보 15.7% 대 경제 10.9%, 광주·전라 소통·협치 36.5% 대 경제 27.0% 대 외교·안보 14.4%, 강원·제주 소통·협치 27.8% 대 경제 21.0% 대 외교·안보 13.6%였습니다.
보수 진영의 기반인 영남에서도 이 대통령의 소통과 협치에 대해 후한 점수를 내렸습니다. 대구·경북(TK) 소통·협치 24.8% 대 경제 16.1% 대 외교·안보 11.2%, 부산·울산·경남(PK) 소통·협치 24.2% 대 경제 18.4% 대 외교·안보 13.1%였습니다. 서울의 경우 소통·협치 18.9% 대 외교·안보 16.9% 대 경제 16.0%로, 3개 정책에 대한 평가가 비슷했습니다. 다만 서울과 대구·경북에선 "잘한 정책이 없다"는 응답이 각각 40.4%, 40.1%로, 다른 지역에 비해 높게 나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악수 모습을 보며 밝게 웃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수층 절반 "잘한 정책 없다" 혹평
정치 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바로미터인 중도층에서도 소통·협치 23.1% 대 경제 15.5% 대 외교·안보 12.4%로, 소통·협치에 대한 평가가 높았습니다. 다만 "잘한 정책이 없다"는 응답도 39.8%로, 적지 않은 비중을 보였습니다. 진보층에선 소통·협치 35.7% 대 경제 28.2% 대 외교·안보 19.9%로, 역시 이 대통령이 잘한 정책으로 소통·협치를 선택한 응답이 앞섰습니다. 보수층의 경우 "잘한 정책이 없다"는 응답이 49.2%로, 절반에 달했습니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지지층 소통·협치 39.6% 대 경제 31.7% 대 외교·안보 21.1%로, 소통·협치를 선택한 응답이 10명 중 4명가량 됐습니다. 반대로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81.9%가 "잘한 정책이 없다"며 이 대통령의 지난 100일간 정책 성과를 부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한편 이번 조사는 2025년 8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림가중을 적용했습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