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 최태원·노소영 소송 16일 결론…SK 지배구조 영향 촉각

대법원, 1년 3개월 만에 선고
특유재산·비자금·경정 등 쟁점
원심 확정 시 SK 지배구조 변화

입력 : 2025-10-10 오후 4:13:47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른바 세기의 이혼이라고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의 최종 결론이 오는 16일 나옵니다. 대법원 심리가 진행된 지 13개월 만입니다. 이번 선고 결과에 따라 최 회장을 넘어 SK그룹까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핵심 쟁점과 판결 여파 등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해 4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10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오는 16일 오전 10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선고 기일을 엽니다. 지난해 78일 상고심이 접수된 지 13개월만입니다. 대법원은 1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재산 분할을 결정한 항소심 판결에 따른 사회적 관심이 크고,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 등 1년이 넘는 심리 기간 동안 신중한 검토를 이어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은 지난달 18일 모든 대법관이 참여한 전원 회의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에 대한 재산분할액의 적절성 등 쟁점이 정리된 보고서를 검토하는 등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 보고 사건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665vs 13808억…쟁점은
 
이번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특유재산인정 여부입니다. 특유재산은 부부 중 한 명이 혼인 전부터 소유하거나 혼인 중 상속·증여 등으로 취득한 재산을 의미합니다.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재산 가치 증가 과정에서 배우자의 기여가 인정될 경우 분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최 회장 측은 최 회장의 SK㈜ 주식이 고 최종현 선대회장에게서 증여받은 28000만원으로 취득한 특유재산으로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노 관장 측은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최 선대회장에게 흘러갔고 이를 통해 SK그룹이 성장했다는 입장입니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1심은 최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보고 이를 제외한 665억원만을 재산 분할액으로 인정했습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SK㈜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선경에 제공한 비자금이 흘러 들어가 주식 형성에 부부의 공동 기여가 있다고 봤습니다. 이 같은 판단으로 재산 분할액은 13808억원으로 1심 대비 20배가량 뛰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의 존재 여부도 쟁점입니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흘러 들어갔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노 관장의 모친인 김옥숙 여사가 20년 전 남긴 선경 300이 적힌 메모지와 SK가 발행한 약속어음 사진을 핵심 근거로 들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SK에 유입된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의 종잣돈이 됐기에 노 관장의 기여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에 반해 최 회장 측은 비자금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고, SK 성장과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바도 없다고 반박하는 상황입니다
 
2심 재판부가 최 회장 측의 주식 기여분을 잘못 계산해 판결문을 경정’(수정)한 것도 주요 쟁점으로 꼽힙니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SK 주식의 모태인 대한텔레콤(SK C&C) 주식가액을 주당 100원으로 썼지만, 잘못 계산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1000원으로 경정했습니다. 당초 재판부는 주식 가치 상승 기여도를 최 선대회장 12.5배 최 회장 355배로 봤는데, 경정에 따라 최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기여도는 125배와 35.6배로 변경됐습니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계산 오류가 고쳐졌다고 결과까지 달라지지 않는다며 판결을 유지했지만, 최 회장 측은 재산 분할액 산정 과정에서 발생한 치명적 오류라며 판결문 경정에 대해 재항고한 상태입니다
 
최태원 지분 매각 가능성도
 
재계 총수 개인에 대한 1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재산 분할 소송인 만큼, 판결 결과에 따라 SK그룹의 유동성 등 지배구조에도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선고하면 파기환송심에서 재산 분할액이 대폭 줄어들 수도 있지만, 원심이 확정될 경우 최 회장에게 가해진 대규모 현금 조달 압박으로 SK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사진=뉴시스)
 
만일 원심이 확정된다면 최 회장은 13808억원을 현금으로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최 회장은 현재 SK㈜ 지분 17.9%(1297만주)를 비롯해 다수의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현금 확보를 위해서는 주식 담보 대출 또는 매각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자산 대부분이 주식으로 형성돼 있지만 배당에 따른 재원 마련에는 한계가 있기에 지주사 주식 매각 등을 대안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과거 소버린 사태로 인한 경영권 탈취 시도의 아픈 기억이 있는 만큼, 지주사인 SK㈜ 지분의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통상 보유 지분 35%가 안정적 경영권 방어선으로 꼽히지만,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우호 지분은 25%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최 회장이 주식을 일부 매각할 경우 SK가 자사주(24.8%) 소각을 통해 지분율을 상승시켜 경영권 안정을 꾀할 수도 있지만, 세금이 변수입니다. 현행법상 대주주가 3억원 이상 주식 양도 차익에 27.5%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주식 매각 시 최 회장의 손에 쥐는 현금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이에 시선은 SK실트론에 쏠립니다. 현재 기업가치 5조원대로 평가 받고 있는 SK실트론은 최 회장이 29.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 회장이 해당 지분을 매각 시 약 2조원의 현금 확보가 가능해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꼽힙니다. 다만, SK실트론이 매각 과정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은 변수로 꼽힙니다
 
재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등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사안이 걸린 시점에 총수 개인 이슈가 장기화되는 것은 부담 요인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SK그룹의 불확실성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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