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카카오페이증권이 지난 7일 금융위원회에 투자매매업(증권)과 인수업 인가를 신청하며 기업금융(IB)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공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자금 조달·자산 운용·핵심 시스템·이사회 운영이 모두 카카오 계열에 집중된 구조가 확인됐습니다. 외부 금융기관과의 조달·신용 네트워크가 사실상 비어 있어 인가 심사 과정에서 '독립성·시장 신뢰도'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카카오페이증권은 필요한 자금을 외부 금융기관이 아닌 계열사 차입으로 충당하는 구조를 지속해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025년 6월25일 정정 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모회사인
카카오페이(377300)로부터 450억원을 차입했으며 이 금액은 2025년 기준 자기자본 1649억원의 27.28%에 해당합니다. 차입 조건은 연 4.6% 금리, 2026년 6월30일 만기로 설정돼 있으며 회사 조달의 핵심 비중이 계열 내부 자금에 묶여 있는 구조임을 드러냅니다.
자산 운용에서도 계열 편중은 뚜렷합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제출된 모든 '유가증권-채권' 및 '수익증권 거래 내역에서 거래 상대방은 전부
카카오뱅크(323410) 단일 기관으로 확인됐습니다. 외부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와의 매입·매도 기록은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당국은 IB 인가 심사에서 외부 기관과의 신용·조달 네트워크 구축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카카오페이증권의 구조는 사실상 계열 은행과의 내부거래에만 의존하는 형태에 가깝습니다.
핵심 인프라 역시 독립적이지 못한 상태입니다.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제출된 수의계약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증권은 금융서비스 핵심 인프라에 해당하는 전산·보안·인증·펌뱅킹 체계를 독자 구축하지 않고, 카카오페이 등 계열사와의 수의계약 약 168억원 규모로 운영해왔습니다. 장애 대응력과 기술 독립성이 중요해진 최근 금융보안 환경을 고려하면, 핵심 서비스의 상당 부분이 계열사 의존 구조로 고착돼 있다는 점은 IB 업무 확대를 위한 구조적 리스크로 지적됩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독립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024년부터 2025년까지의 이사회 의사록을 살펴보면 해당 기간 동안 모든 안건이 전원 찬성·원안 가결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계열사와의 대규모 수의계약, 그룹 내부 자금 차입 등 중대한 사안에서도 단 한 차례의 반대나 보류 의견이 없는 점은 이사회가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깁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IB 업무는 리스크 기반 사업인데, 내부 견제가 형식적이면 사고 발생 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초기 계열사 차입금은 대부분 상환돼 현재는 외부 조달 비중이 더 크다"며 "공시는 제출 주기상 최신 상환 내역이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영 구조를 종합하면 회사의 핵심 운영 기반이 사실상 계열 내부에 종속된 형태로 드러납니다. 필요한 자금은 계열사에서 빌리고, 운용 자산은 계열 은행에 거의 전적으로 맡기고 있으며 핵심 시스템은 독립 구축이 아닌 계열 수의계약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사회는 계열 중심 구성으로 인해 내부 견제 기능이 충분한지 판단하기 어렵고 외부 금융기관과의 신용·거래 네트워크도 구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현재 시점에도 금융회사로서 체질적 경쟁력이 충분히 확보됐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깁니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외부 금융기관과의 조달 네트워크나 신용 기반은 인수업 인가 심사에서 살펴보는 요소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인수업을 처음 신청하는 회사는 외부 네트워크가 부족할 수밖에 없어 인력·조달·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빌드업했는지가 핵심"이라며 "현재 구조가 곧바로 인가 불가를 뜻하지는 않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런 부분이 보완되지 않으면 인가가 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독립성 문제가 보다 직접적인 리스크로 거론됩니다. 한 증권사 IB 담당 관계자는 "IB는 계열 내부가 아니라 외부 시장에서 얼마나 신뢰를 받느냐가 기준"이라며 "자금 조달부터 운용·시스템까지 계열에 고착된 구조라면 심사 단계에서 독립성 문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처럼 집안 유통망 중심의 구조에 머무르면 기업공개(IPO) 주관이나 회사채 인수 같은 본격적인 IB 업무 수행이 쉽지 않다"며 "장기적으로는 계열 밖에서 인정받는 조달력·리스크 관리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호철 카카오페이증권 대표. (사진=카카오페이증권)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