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ADHD, 단순한 주의력 문제인가 온몸의 조절 장애인가

뇌와 몸을 잇는 보이지 않는 고리, ADHD를 보는 새로운 인식
녹색 채소 섭취 등 쿠스토우 박사의 '9가지 ADHD' 생활 치료 전략

입력 : 2025-09-30 오전 8:58:08
런던의 심리치료 기관 그로브에서 활동하는 쿠스토우 박사와 3명의 침리치료사들. 맨 왼쪽이 쿠스토우 박사. (사진=the Grove)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ADHD는 단순히 주의력의 문제일까, 아니면 전신의 조절 장애일까.” 영국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성인 ADHD 권위자인 제임스 쿠스토우(Dr James Kustow) 박사는 자신의 저서 How to Thrive with Adult ADHD(성인 ADHD를 극복하는 방법)에서 이렇게 묻습니다. 그는 그 자신이 30대 중반 ADHD 진단을 받은 당사자인 의사입니다. 쿠스토우 박사는 2002년 런던에서 시작된 심리치료 및 정신건강 교육 기관인 그로브(the Grove)를 임상 전문가들과 함께 직접 운영하며, 치료의 힘과 실무 중심 교육을 통해 치료사들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는 ADHD를 ‘조절장애(dysregulation disorder)’로 보는 시각을 제시합니다. ‘부주의·과잉행동·충동성’을 중심으로 진단하는 틀만으로는 성인 ADHD, 특히 여성의 복합적인 증상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조절장애’라는 새 패러다임
 
지난 8월 7일 영국 일간지 텔리그래프는 쿠스토우 박사가 제시한 조절장애의 10가지 핵심 영역을 다루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ADHD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보다 그 폭이 상당히 넓습니다. 
 
① 주의력 및 실행 기능: 미루기, 과도한 집중, 건망증, 주의 산만
② 활동성: 가만히 있기 어려움, 과도한 말하기, 신체적·정신적 피로, 무기력, 사회적 회피, 과도한 흥분, 성적인 문제
③ 충동성: 만족 지연 문제, 섭식 장애, 자해, 무모한 운전, 대인 관계 갈등, 약물 남용 또는 중독 성향, 충동적 소비
 감정: 불안, 급격한 기분 변화, 쉽게 화내는 성향, 과민성, 이완 어려움, 거절이나 비판에 대한 과도한 민감성
 보상 또는 쾌락 추구: 위험 감수, 지루함, 충동 억제 어려움, 현재 순간에 집중하기 어려움
 감각 처리: 과도한 감각 반응, 부족한 감각 반응, 감각 추구 행동, 빈번한 압도감
 시간 인식: 시간 감각 상실, 시간 관리 문제
 수면-각성 리듬: 취침 시간 지연, 수면 부족, 주간 피로, 수면 무호흡증 및 하지불안증후군과 같은 수면 장애
 면역 기능: 과민성 증가, 통증 또는 통증 증후군 증가, 피로 증후군, 감염 및 알레르기 취약성 증가, 비만 세포 활성화 이상과 관련된 천식, 알레르기 및 자가면역 질환 증가
 각성 및 에너지 소모: ‘급증-급감’의 에너지 소모 패턴, 신체적·정신적 소진, 혈당 문제, 완벽주의, 동기 부여 문제
 
쿠스토우 박사는 “ADHD를 한마디로 규정하면 조절의 실패(disorder of regulation)다. 내가 본 수많은 환자, 그리고 내 자신의 경험도 결국은 조절 능력의 취약성으로 설명된다.”라고 말합니다. 이 접근은 단순한 뇌질환이 아닌 뇌와 전신을 관통하는 ‘조절의 질서’가 흔들린 상태로 ADHD를 재해석합니다. 
 
면역·염증과 뇌: ‘숨은 염증’의 경고
 
쿠스토우 박사가 특히 주목한 영역은 면역 기능입니다. 성인기에 처음 발현되는 ADHD의 근본 원인 중 하나가 면역 기능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합니다. ADHD 환자 상당수에서 나타나는 과다운동성(hypermobility), 자율신경계 이상(dysautonomia), 만성 통증, 장질환, 피로, 알레르기 등이 과다운동성을 중심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의 여러 연구들은 미세한 염증이 뇌 혈류와 시냅스 기능에 영향을 주어 주의력 저하, 정서 불안정, 기억력 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ADHD 환자에서 높은 염증성 사이토카인 수치가 관찰되거나, 알레르기나 천식 같은 염증성 질환 동반율이 높다는 연구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쿠스토우 박사는 “약 50%의 성인 ADHD 환자가 과다운동성을 보인다”는 제시카 에클스(Jessica Eccles) 박사의 연구(2022년)를 인용하며, 이 현상이 ADHD의 “몸-면역-뇌 연쇄”를 설명할 열쇠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치료는 약물 그 이상이 필요
 
쿠스토우는 약물 치료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메틸페니데이트·암페타민계 자극제는 여전히 ADHD의 1차 치료체이며, 교통사고 위험 등 부정적 결과를 크게 줄입니다. 
 
그러나 그는 생활·환경 전략 없이는 약물만으로는 치료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가 제시하는 치료 전략은 상당히 광범위합니다. 특히 식습관까지 강조하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약물과 더불어 쿠스토우 박사의 책에서 텔리그래프지가 발췌해서 정리한 ‘ADHD와 함께 살아가는 법’ 9개 팁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장 마인드셋을 채택하세요: 부정적인 생각을 조기에 포착하고 더 정확하고 균형 잡힌 대안적 설명을 생각해내세요. 이를 ‘재구성(reframing)’이라고 합니다. 
 충분한 양질의 수면을 취하세요. ADHD 환자의 60%가 낮에 졸림을 느끼고 늦게까지 깨어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면 부족은 염증을 악화시킵니다.
 ADHD는 ‘시간 맹목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지각이 잦다면, 예상 소요 시간에 30~50%를 추가하세요.
 항상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제자리를 찾지 못하나요? 열쇠, 휴대폰, 직장 출입증 같은 중요한 물건들은 정해진 장소에 보관하세요.
 일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정리 정돈하면 압도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녹색 채소 같은 항염증 식품을 더 많이 섭취하고 염증을 증가시키는 붉은 육류와 가공육은 줄이세요.
 ADHD는 섭식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규칙적인 식사 시간을 지키세요.
 주변 환경의 독소를 줄이세요. 플라스틱 물병을 금속 병으로 바꾸고, 정수기를 구입하며, 유기농 세제와 개인 위생 용품으로 전환하세요.
 횡격막 호흡 운동을 실천하여 감정을 조절하세요.
 
쿠스토우 박사가 제안한 ‘조절장애’라는 ADHD에 대한 새로운 프레임은 신체와 뇌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보는 현대 의학의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가 성인 ADHD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방식이 바뀐다면, 집중력 문제가 아니라 온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성인ADHD를 다룬 쿠스토우 박사의 책. (사진=아마존)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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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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