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나는 활동적이다'…성향만으로도 수명 늘어나

활동적·조직적·도움 주는 성향, 장수의 비밀
영국, 미국 등 국제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대규모 분석 결과

입력 : 2025-10-01 오전 9:54:08
활동적이거나 타인을 돕는 성격은 단순히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할 뿐만 아니라 장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진=Gettyimagesbank)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나는 활동적이다.” 성격 설문지에서 무심코 체크한 이 한 문장이 수명을 좌우하는 의미 있는 예측자라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9월27일 보도에서 영국 에든버러대·아일랜드 리머릭대·미국 플로리다주립대 등 국제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대규모 분석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연구진은 미국과 유럽 4개 장기 추적조사(HRS·MIDUS·NSHAP·NHATS)에 참여한 2만2000여명을 최대 28년간 추적한 뒤, 개개인이 성격검사 문항에 적은 단어와 사망률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나는 활동적이다(active)’라고 답한 사람은 사망 위험이 21% 낮았습니다(위험비 HR=0.79, 95% CI 0.73~0.85). 뒤이어 ‘생기 있는(lively)’, ‘체계적인(organized)’, ‘책임감 있는(responsible)’, ‘근면한(hardworking)’, ‘꼼꼼한(thorough)’, ‘도움을 주는(helpful)’ 순으로 각각 9~13%의 사망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정신의학 분야의 학술저널인 <정신신체 연구 저널(Journal of Psychosomatic Research)> 9월호에 게재된 이 연구 결과는 의사들이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고방식, 감정, 행동 경향에 기반한 건강 위험 예측 도구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외향성 등 기존의 빅파이브를 넘어선 ‘성격의 미세한 단서들’
 
지금까지 성격과 수명을 잇는 연구는 대부분 빅파이브(Big Five) 성격유형, 즉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우호성, 신경성을 기준으로 진행돼왔습니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르네 모투스(René Mõttus) 에든버러대 교수는 “외향성이나 성실성 같은 포괄적인 성격 유형보다는 개별적인 묘사에 주목했다. 표준화된 성격 설문지를 작성할 때 사람들이 자신을 정확히 어떻게 표현했는지에 집중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성실성처럼 넓은 범주가 아니라 설문 항목에 담긴 세밀한 뉘앙스가 수명을 더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성격의 낮은 층위’가 건강 예측력에서 상위 개념을 앞지를 수 있음을 보여준 첫 대규모 연구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공동 저자인 파라익 오설리번(Páraic O’Súilleabháin) 아일랜드 리머릭 대학교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 연구의 중요성은 그 정확성에 있다. 우리 연구는 성격이 단순히 일반적인 영향력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행동과 태도의 집합체로서 기능하며, 이러한 개별적 특성이 수명에 측정 가능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레스·불안·변덕스러움은 단명 위험, 하지만 단정해서는 안 돼
 
긍정적인 뉘앙스와 반대로 신경성(neuroticism) 관련 측정 항목들, 예를 들면 “자주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쉽게 불안하다”, “변덕스럽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조기 사망 위험이 높았습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러한 연관은 흡연, 비만지수(BMI), 만성질환, 우울증 등 건강·행동 요인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심리적 회복탄력성이나 사회적 관계망 같은 숨은 요인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단어 하나가 곧바로 수명을 늘린다는 단순 해석은 경계합니다. 성격 뉘앙스가 생활습관을 지탱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자판기식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예를 들어 스스로 ‘활동적’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걷기 등 가벼운 운동이나 규칙적 외출 같은 꾸준한 신체활동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자신을 ‘체계적’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정기검진이나 약 복용, 수면이나 식습관을 일정하게 관리할 개연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또한 남에게 도움을 주는 성향이 강한 사람은 가족·이웃과의 관계 강화로 스트레스로 인한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은 행동들의 누적이 심혈관이나 면역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춰 수명 연장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진은 해석했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 결과는 행동 패턴이나 심리 유형을 파악하여 장기 건강 관리에 어려움을 시사하는 위험군을 선별하여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신을 '체계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는 것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기에 주변에서 조금 더 챙겨야 하고, 자신이 '활동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움직이도록 권유하거나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DOI : https://doi.org/10.1016/j.jpsychores.2025.112347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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