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녹차 한 잔이 단순한 다이어트 음료 그 이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크루제이루두술대학(Universidade Cruzeiro do Sul) 연구진은 지난 6월16일 국제 학술지 <셀 세포 생화학 및 기능(Cell Biochemistry & Func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 “표준화된 녹차 추출물이 비만 쥐의 체중을 30%까지 줄이고 혈당 대사와 근육 건강을 개선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차가 근육을 지키며 지방만 태운다”
연구를 이끈 로제마리 오톤(Rosemari Otton) 교수는 “녹차의 생리활성 물질이 지방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비만 쥐의 지방량은 줄였지만 정상 체중 쥐의 체중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녹차가 단순히 식욕을 억제하거나 체중을 전반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영양 과잉 상태에서만’ 지방 대사를 자극하는 선택적 작용을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녹차를 섭취한 그룹은 근육 섬유 직경이 유지돼, 비만으로 인한 근육 위축이 예방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비만은 근육 섬유가 얇아지고 활동성이 떨어지는 근육 기능 저하를 동반하지만, 녹차는 이 변화를 막았다”고 오톤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동물 실험에서 체중 30% 감소”
연구진은 초콜릿이나 크림 쿠키, 연유 등 고지방·고당분의 ‘서구식 식단(cafeteria diet)’으로 비만을 유도한 생쥐를 4주간 사육했습니다. 이후 12주 동안 일부 그룹에 체중 1kg당 500mg의 표준화 녹차 추출물을 투여했습니다.
그 결과, 녹차 투여군은 평균 체중의 30% 감소, 인슐린 저항성 개선, 포도당 감수성 향상 등을 보였습니다.
이 효과는 실험실의 온도를 28℃로 일정하게 유지한 ‘온중립 환경’에서 확인됐습니다. 연구진은 “쥐를 보통 22℃에서 키우면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열을 내면서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실험물질의 실제 효과가 가려질 수 있다. 온중립 조건을 유지한 덕분에 녹차의 순수한 대사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루 3잔 정도가 인간 환산량…그러나 품질 중요”
연구에서 투여된 녹차 추출량은 인간 기준으로 하루 약 3g, 즉 녹차 세 잔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오톤 교수는 “시판되는 티백 제품의 품질은 균일하지 않다”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차의 효능은 플라보노이드와 카테킨 등 유효 성분의 농도에 달려 있다. 따라서 일반 티백보다, 성분 함량이 보장된 표준화 추출물을 사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라고 말합니다.
연구진은 녹차가 지방과 포도당 대사를 조절하는 여러 유전자 발현을 높이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녹차에 의해 Insr, Irs1, Glut4, Hk1, Pi3k 등 포도당 흡수와 이용에 관여하는 주요 유전자들이 활성화됐으며, 포도당 대사에 중요한 효소인 젖산탈수소효소(LDH)의 활성이 회복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물질로는 ‘아디포넥틴(adiponectin)’이 지목됐는데, 이것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로, 항염증·대사 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디포넥틴 유전자가 결핍된 생쥐(adiponectin-knockout mice)에게는 녹차가 전혀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이 단백질이 녹차 작용의 관문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라고 그 역할을 설명합니다.
“약 대신 자연을”…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대사 조절 전략
오톤 교수는 “녹차는 값비싼 비만 치료제의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현재 시중의 비만 치료제는 효과가 강력하지만 부작용과 비용이 문제다. 녹차는 인류가 수천 년간 마셔온 안전한 식물성 성분이며, 장기간 섭취 시 대사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그 가능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다만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개별 대사 특성과 품질 표준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매일 꾸준히 마시는 문화적 습관’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 녹차를 장기간 섭취하는 사람들의 비만율이 낮다는 역학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다만 몇 달 마시고 체중이 빠지길 기대하기보다, 생활 속 대사 균형 습관으로서의 녹차 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입장은 아직은 보수적
이번 연구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립보건원의 녹차에 대한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NIH는 “오늘날 녹차와 그 추출물은 체중 감량,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심장병 및 암과 같은 만성 질환 예방을 위한 식이 보조제로 홍보된다. 체중 감량을 위해 판매되는 일부 제품에는 녹차가 다른 성분과 함께 함유되어 있다”고 배경을 설명한 뒤, “녹차와 그 추출물에 대한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지만, 녹차가 주로 사용되는 목적 대부분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말하면서 ‘현재까지 알려진 것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 녹차 섭취와 다양한 암 유형의 위험 사이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가 많다. 이러한 연구의 전반적인 결과는 일관되지 않았다.
● 아시아 인구 집단에서는 녹차 섭취가 관상동맥 심장병 위험 감소와 연관되었으나, 서양 인구 집단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 녹차 및 그 추출물에 함유된 카테킨과 카페인은 체중에 미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녹차 제품의 효과는 제품의 구성과 개인의 신체 활동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녹차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미치는 영향은 참가자를 무작위로 녹차 제품 또는 위약 그룹으로 배정하여 진행된 연구에서 검증되었다. 대부분의 연구는 음료 형태의 녹차보다 녹차 추출물 보충제를 평가했습니다. 녹차는 총 콜레스테롤과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을 소폭 감소시켰으나,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연구진은 “녹차의 진짜 힘은 복합 작용에 있다”면서 녹차의 주요 성분인 카테킨,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GCG), 플라보노이드 등을 개별적으로 실험했으나, 단일 성분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차는 수십 가지 활성 성분이 서로 시너지 작용을 일으키는 복합 매트릭스(matrix)다. 하나만 추출해 쓰면 오히려 효과가 줄어든다”고 복합 작용의 효과를 설명합니다.
동물에서의 결과가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번 연구는 생활 속 장기 녹차 섭취가 지방 대사, 근육 보호, 인슐린 감수성 향상 등 다중 대사 경로를 조절하는 자연스러운 대사 균형 전략이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녹차 품질에 유의하라는 것, 일시적인 보조제가 아닌 생활문화로 마시라는 연구진의 권고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DOI : https://doi.org/10.1002/cbf.70094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